매일신문

[사설] 경선 결과 승복한다 하고선 승자 때리기 하는 홍준표

홍준표 의원이 스스로 이미지를 갉아먹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한 뒤 홍 의원은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딴판이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비리 대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이번 대선에서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과 함께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치러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선언인 동시에 윤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범법자라고 단언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홍 의원은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쌍특검을 받으라"고 말했다. 정당과 후보 측이 "특검 받겠다"는 것과 같은 당 경선 패자가 승자에게 "특검 받아라"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난 15일 청년 온라인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 게시판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미는 게 맞다고 보느냐, 아니면 소신 투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 불가"라고 '대답'했다. 16일에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누리꾼의 질문에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했다. "승복한다"고 말했지만, 공공연히 경선 불복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는 선출된 후보를 돕는 것이 정당정치이고, 민주정치이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방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발언을 이어간다. 그것이 홍 의원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 당장은 홍 의원의 패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선 불복 이미지를 심고, 정권 교체 방해꾼으로 각인될 뿐이다.

홍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상대 당 후보가 아니라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는 전략을 씀으로써 당심(黨心)을 얻는 데 실패했다. 그 패착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정치를 그만두겠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선거에 임할 생각이라면 '몽니'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판'만 나빠질 뿐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