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45> 포항 지금책방

포항시 오천읍에 문을 연 동네책방… 책방의 왕은 책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동네책방이 없던 포항시 오천읍에 문을 연 '지금책방'은 동네 사람들에게 '금방', 즉 보석 파는 곳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왼쪽부터 세로로 인장처럼 책방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가로로 읽으면 영락없이 '지책금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금방'(金房)이라 불려도 그만한 가치를 지닌 곳이긴 하다.

책방지기 김미연 씨에게 미래지향적인 '미래책방', 과거를 곱씹는 '추억책방'을 두고 '지금'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이 있어야 미래도 있는 건데 미래만 강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논리였다. '삶을 연다'는 문구가 출입구에 붙은 까닭이 짐작되면서 라틴어 격언 '카르페디엠'이 불쑥 떠올랐다.

책으로 여러 시도를 한다. 도덕경, 시경, 논어 등 고전을 번갈아가며 읽고 본 것을 깨닫고 적용하는 '본깨적'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 단순히 옮겨 쓰는 필사와는 다른데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순도 높은 일기처럼 완성해 간다. 이런 글들이 모여 에세이로 발간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릴 때 만난 책의 기억은 습관으로 남아 오래가는 법이다. 그래서 어린이독서모임에 더 적극적이다.

이곳의 흥미로운 프로그램 중에는 '두근두근 북큐레이션'이란 게 있다. 마니또 게임처럼 진행된다. 책방은 우체부 역할을 한다. 마음을 전하다 보니 때론 사랑의 전령 '큐피트'가 된다. 김 씨는 "책을 받는 이들이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정기구독자들에게는 요약이자 핵심 키워드를 일러주는 포스트잇을 붙여둔다. 포스트잇이 붙은 메모는 메시지 카드와 함께 전달된다. 같이 읽는다는 느낌을 준다. 온기가 전해진다. 다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의 책을 교과서에 비유하자면 정기구독자들이 받는 책은 교사가 중요 부분에 주석을 단 참고서가 되는 셈이다.

그는 "나도 3년 동안 경기도 용인에 있는 노란별빛책방의 정기구독자였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악어책방, 지금책방, 노란별빛책방은 각기 다른 지역이지만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각종 교류가 지속되고 있었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삶이 변화된다는 걸 경험을 덕업상권의 마음으로 나누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책방 한쪽 면에는 통일성이 있는 책들이 앞표지가 잘 보이게 정렬돼 있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김민정의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정현우의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류예지의 '어떤 소라' 등이었다. 모두 보라색 커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 씨는 "책을 '보라'는 의미로 한데 모아뒀는데 어떤 식으로든 책과의 만남으로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책은 이곳의 상전이었다. 그는 "책방의 왕은 책"이라고 했다.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지금책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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