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자작나무숲에서 경북의 미래를 보다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영양 자작나무 숲을 아시나요?' 지난 19일 오후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자락. 국유림경영관리자문위원 일원으로 찾은 자작나무 숲. 쭉쭉 뻗은 새하얀 줄기들. 눈이 부셨다. "겨울 왕국이네" "수중공주(樹中公主)닷"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와~~~".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북유럽과 러시아(시베리아)에 많이 분포하는 순백의 자작나무. 영양 산골짜기에서 한꺼번에 만끽했다. 산림청은 1993년 솔잎혹파리 피해를 본 이 지역에 조림을 시작했다. 약 30년이 지나 드디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검마산 자락 34㏊, 나무 최고 높이 20m, 그루 수 12만 그루. 빼곡했다. 늘씬했다. 나무껍질에는 기름기가 많다. 오래 타는 덕분에 옛날 결혼 때 신방을 밝히는 촛불 재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화촉(樺燭)을 밝히다'의 樺는 '자작나무 화' 자다. '자작나무 껍질로 연애편지를 쓰면 상대방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 러시아 속설이다. 그래서인지 연인들의 이름을 새긴 껍질에 생채기가 여기저기 드러났다. 숲 입구엔 '나무가 아파요'란 문패를 걸어 놨다.

지금 이곳에서는 영양군청, 산림청, 경상북도가 삼위일체가 되어 자작나무 숲길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힐링센터, 체험원, 에코로드(전기차), 임산물 카페, 탐방로, 전망대 등등. 모든 사업이 완료되는 2023년엔 그야말로 영양의 대표 명소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요즘도 꽤 알려져 주말과 휴일에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모인다. 2~3년만 지나면 엄청난 인파로 북적일 테다. 숲 크기는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의 3배다.

이 숲과 검마산 자연휴양림, 선바위 관광지, 반딧불이천문대, 두들마을 음식디미방 등이 조화를 이룬다면? 상상만 해도 멋진 '테마 관광 코스'다. 영양의 미래는 밝다. 최소 1박 2일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내년 6월에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구경북 정치지형상 더불어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발붙일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특히 전례로 볼 때 단체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선택의 잣대는 수십 년 동안 정당이었다.

하지만 노령화가 심화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경북(지방)에서만큼은 '정당'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희망도, 미래도 없다. 지역의 먹거리와 일거리를 담보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지역 국회의원들도 과거처럼 공천헌금에 휘둘리거나 자신의 말만 잘 듣는 인물을 낙하산식으로 전략공천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은 '영양 자작나무 숲길 사업'과 같이 지역의 먹거리와 일거리 확충을 위한 분명한 밑그림을 제시하는 정치 지망생들을 후보로 공천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특히 해당 지역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 만한 호랑이 새끼로 크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호랑이 새끼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인물이야말로 스스로 어미 호랑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경쟁력 낮은) 후보가 공천받을 경우 유권자들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과감하게 배제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그런 후보를 공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엄중히 심판해야 지역의 미래가 보일 수 있다. 지방은 빈사 상태다. 기업체를 유치하거나 관광 코스를 개발하는 등 미래 먹거리, 일거리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정말 지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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