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17일 오후 대구 중구 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전면이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건물이 눈에 띄였다. 건물 입구에는 성인도 한 아름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장미와 다양한 꽃들로 장식돼 있었다. 무려 지름이 1.2m에 달하는 대형 장미꽃을 만든 주인공은 크멋자이언트플라워 대표 송지은(47) 씨이다.
'코다(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인 그는 청각장애인들이 특유의 손재주와 창의력을 활용해 멋진 일을 하고 싶었다. 돌잔치 이벤트, 파티공간 및 소규모 예식장을 꾸미는 파티공간디렉팅, 초미숙아 출산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현재 청각,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방수복 소재인에바폼으로 꽃을 만들며 사회적 기업을 꿈꾸고 있다.
송 씨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 코다의 삶에 대해 부끄러움이 많았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자존감마저 매우 낮았다. 특히 목공예 기술자였던 아버지가 판로개척이 힘들어 생계유지를 위해 용접공으로서의 일생을 보내신 것에 대해 항상 안타까웠다. 손재주와 미적 감각이 뛰어났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언젠가는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혼 후 초미숙아 쌍둥이를 낳으면서 2002년부터 15년 동안 운영하던 이벤트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뒀다. 송 씨는 김승우·김남주 부부, 이형택, 지진희 등 유명인 자녀의 돌잔치 이벤트를 맡아 진행할 정도로 잘나가던 이벤트업체 대표였지만,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일이다 보니 후회는 없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경단녀'가 된 그는 말 그대로 단절된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뒤에는 소규모 모임이나 결혼식, 브라이덜 샤워 등이 가능한 공간을 대여하고 디렉팅 함께 진행했다.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다시 그 일을 시작하기엔 큰 벽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당시 그는 어린 시절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간 쌓아 온 사업 감각과 부모님께 물려받은 손재주를 활용해 미국에 사는 언니에게 배운 꽃을 만들게 됐다. 청각장애인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그는 같이 가치를 만들어갈 동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현재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예비 사회적 기업 선정 심사 발표도 앞두고 있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이 사회적 가치와 역량을 발휘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자신들의 장점을 활용해 이런 멋진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미래를 좀더 밝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한 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둔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코다들을 위한 모임을 하고 싶다고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기회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함께 가치에 대해 투자할 분도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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