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 칼럼] 윤석열 후보의 두 번째 과제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당시, 그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파적 고려를 떠나 일국의 검찰총장이 정치권,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허울뿐이라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요청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인 게 사실이다. 더구나 당시 윤 후보가 지휘해 온 중대 수사들은 하나도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조국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모두 우리 사회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 재판이 현재 진행형이다. 수사와 기소는 시작일 뿐,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해야 할 검찰의 공소 유지 책임은 더 막중하다. 벌써 검찰 수장의 대선 도전을 위한 억지 수사라는 집권층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윤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반문 정서'의 결집으로, '대통령 윤석열'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또 다른 이유였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현 정부에 맞서 결기를 보이는 '검사 윤석열'을 주목한 결과가 높은 여론 지지도로 나타난 것이다. 정권을 바꾸는 것만으로 난마처럼 얽힌 대한민국의 문제가 풀릴 것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완전히 망가진 부동산 생태계 한 가지만 해도 새 대통령이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매번 백마 탄 초인 대통령을 기대했지만 결국 실망으로 끝나는 게 우리 정치 역사 아닌가.

그럼에도 대통령 한 사람에게 쏠리는 국민적 관심은 현실이다. 윤 후보의 다음 과제는 따라서 분명하다. 개인적 실수와 실언을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면 두 번째는 반문 정서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기대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우세해도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어야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선거대책위원회는 일차적으로 본선을 앞둔 윤 후보의 정치적 구상을 국민 앞에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이다. 국민은 윤 후보에게서 능숙한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며 어떤 정치를 펼칠지 청사진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 시간 지속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의 밀당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 자체가 논쟁적 인물이다. 당장 그렇게도 사람이 없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킹 메이커를 자임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킹 메이커이고 너무 식상한 인물이어서 윤 후보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중도층에 일정한 호소력이 있는 인물로, 지금 그와 결별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 문제는 봉합에 이른 듯하다. 윤 후보 측에서 이번 주 늦어도 목요일까지로 선대위 구성 발표 시한을 밝힌 걸 보면 어느 정도 결론이 난 것으로 짐작된다. 아쉬움은 다른 지점에서도 드러난다. 김병준, 김한길 등 김 전 위원장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들은 모두 한마디로 '올드 보이'들이다.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민주당 출신 반문 대표 등 일정한 상징성이야 물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대선을 좌우할 핵심 세력으로 꼽는 2030세대에 그들의 경륜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의구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 개편 소식과 맞물려 증폭된다. 당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부터 상임선대위원장을 사임하고 취업준비생, 스타트업 관계자, 30대 여성 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게 이 후보 측의 구상이다. 명망가 중심의 윤 후보 선대위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색깔이 될 것이다. 그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궁금해진다.

윤 후보는 민심과 다소 동떨어졌지만 당내 인사들을 대거 모아 경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윤 후보의 인물 선구안과 판단력도 결국 국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인물인지는 사실 그렇게 결정적인 건 아니다. 누구를 내놓아도 일정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부정적 평가를 돌파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윤 후보의 정치력이다. 그런 인물들과 어떤 정치를 해나갈 것인지를 설명하는 윤 후보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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