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車부품 산업 체질 개선…"업종 바꾸니 잘 나간다"

영구자석·이차전지·급속 충전기…업종 전환하는 대구부품업계
성림첨단산업·씨아이에스… 전기차 보급 확대로 매출 늘어
시장 선점 위해 市 지원 절실…'전기차 조립단지 조성'도 건의
삼보모터스 전기콘셉트카 첫선…평화발레오 수소차 부품 전환
지역 대표업체 컨소시엄 구성…'자율주행 모빌리티' 공동 생산

지난 달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 2021'을 찾은 관람객들이 평화발레오 부스에 전시된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기(왼쪽)와 삼보모터스 부스에 전시된 초소형 전기 콘셉트카 '라온'을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달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 2021'을 찾은 관람객들이 평화발레오 부스에 전시된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기(왼쪽)와 삼보모터스 부스에 전시된 초소형 전기 콘셉트카 '라온'을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DB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전기 자동차 산업은 지역 관련 업계에도 상당한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연기관차 부품업체가 상당수였던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이에 맞춰 발 빠른 업종 전환에 나서고 있다.

부품과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자체 시장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수소차,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등 미래차 시장의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경창산업은 지난 3월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모터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탁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경창산업 전경. 대구시 제공
경창산업은 지난 3월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모터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탁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경창산업 전경. 대구시 제공

◆전기차 시대 맞춰 업종전환 성공한 대구 부품업계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그룹은 15만9천55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수치다.

대구에서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업종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이 적잖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성림첨단산업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혜를 본 업체로 꼽힌다. 성림첨단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토류를 활용한 영구자석 제조업체로, 정부가 육성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에 선정된 곳이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로봇이나 드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모든 산업분야에 쓰이다가 최근 들어 친환경차량 구동모터 핵심부품으로 수요가 폭증한 소재다. 자석은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모터 출력에 자석 품질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성림첨단산업은 2022년 양산을 목표로 380억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구동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고내열성 영구자석 제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대구는 배터리 분야에도 강점을 가진 곳이다. 배터리분야에서 국내 3위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기업과 배터리 제조장비업체가 밀집해 있다.

대구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앨엔에프는 전기차 리튬이온 이차전지용 양극활물질 개발을 통해 배터리의 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소재 중에 원가 비중이 30~40%에 달하는 핵심소재다. 엘앤에프는 양극재 기술력을 인정받아 LG에너지솔루션과 내년까지 1조4천547억원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에스에스엘엠은 전기차 배터리 아라미드 내열 분리막을 생산하는 이차전지 첨단소재 전문기업이다. 기존 분리막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상 고온 시에도 절연 기능을 유지하는 내열 기능이 추가된 내열 분리막 제품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9% 늘었다.

씨아이에스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2차전지 제조장비업체이다. 라미네이터와 코팅 건조설비 등 2차전지 전극제조공정에 쓰이는 설비를 제조하고 있고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 중이다.

전기차 부품 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관련 기업도 있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대영채비는 국내 급속 충전기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올해 안에 미국 법인을 세우고 현지 충전서비스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후 생산 공장도 만들 계획이다. 특히 대영채비는 국내 업체 최초로 내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가해 미국 시장에 최적화한 초급속 충전기 등의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과금형 콘센트' 관련 규제완화 샌드박스 1호 기업인 차지인은 산업부의 미래차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으며, 서울시 충전기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차지인 역시 미국 현지 충전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충전 플랫폼 공급을 진행한다.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진출을 추진 중이며, 아마존에 과금형 콘센트도 판매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현지 태양광 업체와 LED 업체가 충전 사업 진출에 앞서 차지인을 파트너사로 택했다.

이밖에도 전기차 모터코어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고아정공'을 비롯해 모터 알루미늄 하우징을 생산하는 '신성하이텍'에 이르기까지, 모터 소재부터 단위부품, 모듈에 이르는 전기차 부품 상당수가 대구에서 생산되고 있다.

업계는 지역 제조사들의 업종전환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면서도 대구시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역 제조사들은 급성장하는 모터시장 선점을 위해 대구시에 전기차 조립단지 조성을 건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충전기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며 부가가치도 매우 높다"며 "대구에서도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핵심부품 상당수가 생산 중인데, 기술 개발 및 시장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삼보모터스가 지난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에서 자체 제작한 초소형 전기 컨셉카 '라온'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시 제공
삼보모터스가 지난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에서 자체 제작한 초소형 전기 컨셉카 '라온'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수소차와 자율차, 퍼스널모빌리티도 경쟁력

지역 기업들의 수소차 부품 진출도 활발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삼보모터스는 수소 금속분리판, 수소저장탱크 등 수소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미 수소차를 중심으로 산업부의 미래차 사업재편 승인도 받았다.

삼보모터스는 지난달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 2021'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초소형 전기 콘셉트카 '라온'을 선보이며, 완성차 제조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확인했다. '라온'은 삼보그룹이 보유한 외·내장 부품기술을 한데 집약해 만든 제품으로, 초강도 플라스틱 소재만으로 차량을 구성해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있다.

평화오일씰공업은 2020년 3월 '피에프에스(PFS)'를 분사해 기존 오일씰 생산에서 연료전지 개스킷 등 수소차 부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수소차에 개스킷 전량을 공급해 283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평화발레오 역시 내연기관 부품인 클러치류 생산에서 수소차 부품으로 전환해 기존 업체를 제치고 수소차 공기압축기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됐으며,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수소밸브와 연료전지 쪽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알파시티에서 열린 '2020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 참가 차량 모습. 매일신문 DB
사진은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알파시티에서 열린 '2020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 참가 차량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시, 내년 미래차 대전환 원년 삼고 지원 나선다

대구시는 속도감 있는 미래차 전환을 위해 내년을 미래차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역 기업, 기관, 대학, 금융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미래차 전환 플랫폼을 구축해 종합지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 대구시는 부품기업들과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간의 연대·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생산에 착수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SL, 삼보모터스, 평화발레오, 이래AMS 등 대구를 대표하는 제조사들은 지난달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년 말까지 소규모 다목적용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공동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대구를 퍼스널 모빌리티(PM) 사업 본거지로 육성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구에는 현재 주요 전기이륜차 제조사 5곳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구시가 지역 주요 자동차부품 제조사로 구성된 대구PM산업협의체와 'PM산업육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제공
지난달 21일 대구시가 지역 주요 자동차부품 제조사로 구성된 대구PM산업협의체와 'PM산업육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제공

지난달 대구시는 현대케피코 등과 함께 PM산업 육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배터리 교체형 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대구시가 제20대 대선 지역공약으로 '대한민국 남부권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을 비전으로 정하고,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5개 분야 16개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대구 특화사업인 전기차 모터밸리를 비롯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융합생태계 조성 사업 등은 향후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시대에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의 전기차 부품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자율주행 인프라와 연계한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제작,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 육성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통해 지역의 미래차 산업을 반석 위에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들도 지역이 보유한 우수한 인프라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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