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다떨러 카페 가요" 수능 끝난 수험생 '해방타운' 동성로

금·토요일 동성로 '우르르'…"낮 시간에 게임, 기분 묘해"
논술·면접 전형에 한창인 수험생은 “아쉽다”
수능 긴장감 풀리면서 방역도 놓을까 하는 우려도

지난 19일 평일 낮이라 한산했을 동성로 거리엔 교복 차림으로 외출한 수험생들이 많이 보였다. 임재환 기자
지난 19일 평일 낮이라 한산했을 동성로 거리엔 교복 차림으로 외출한 수험생들이 많이 보였다. 임재환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첫 주말,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수험생들이 대구 도심 곳곳으로 나왔다. 방역당국은 수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이 개인 방역에 해이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나온 모습이었다. 카페에서 만난 성서고 3학년 최모(18) 양은 "수능 이전에 카페는 독서실이 싫을 때 마지못해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다. 언니 오빠들처럼 책가방 없이 자유롭게 수다 떠는 게 로망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가방부터 가져오지 말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옷을 사러 나왔다는 경북고 3학년 이모(18) 군은 "공부하면서 학원 갈 때 만큼은 교복 대신 사복을 사 입고 싶었지만, 수험생이라는 신분과 부모님에게 눈치가 보여 인터넷에서 구경만 했다. 수능 끝난 기념으로 용돈을 받아 나오긴 했지만, 아직 무엇을 사야 할지 정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무인사진관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임재환 기자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무인사진관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임재환 기자

전날에도 동성로 일대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교복 차림으로 외출한 수험생들이 많이 보였다. 한 보드게임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낮 시간대에 찾은 손님 가운데 상당수가 수험생이었다. 친구와 보드게임방을 찾은 제일고 3학년 하모(18) 군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건 수능 전에 꿈도 못 꿀 일이다. 매번 수능 얘기만 하던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고 있으니 기분도 묘하다"면서 "수험생 할인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 같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무인사진관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섰다. 영천에서 동성로까지 왔다는 성남여고 3학년 신모(18) 양은 "몇 달 뒤부터는 사복만 입고 다닐 것 같아서 일부러 친구와 교복 사진을 남기기 위해 왔다"고 했다.

거리로 나온 수험생들로 상인들은 반색하고 있다. 움츠려들었던 매출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서다. 동성로 일대에선 화장품 가게와 옷집 등 '수험표 인증 시 할인'이라는 안내 문구가 걸려있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옷집 관계자는 "수험생들은 이제껏 받지 못했던 새로운 손님들과 다름없다. 아직까진 수능 특수 효과를 못 봤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분위기 속에 거리로 나온 학생들로 차츰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긴장이 풀린 수험생들이 방역의 끈마저 놓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풀면서 방역에 소홀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방역수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험생들의 이용이 잦은 시설의 업주들은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감염 차단에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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