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진중권의 이재명 비판 보도 원천 봉쇄하려는 중앙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의신청을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오피니언 리더 의견 인용 보도 언론사 제재 조치 현황'에 따르면 '심의위'는 진 전 교수 인용 보도에 대한 이 후보의 이의신청 10건을 모두 수용해 8개 언론사에 '주의'(1건), '공정보도 협조 요청'(9건) 조치를 내렸다.

'심의위'의 결정은 심각한 월권이다. 심의위는 이 후보에 대한 진 전 교수의 비판이나 논평을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평가"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런 '평가'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이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인데 어떻게 진 전 교수의 주장이 '일방적' '주관적'인지 알 수 있나.

이런 식이라면 특정인과 특정 사안에 대한 모든 평가는 사법부의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위대한 고전(古典)이나 위인(偉人)의 말도 예외일 수 없다. 그것을 인용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 못마땅한 개인이나 세력에게는 그것 역시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소리로 들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심의위'가 언론사 자체의 취재 보도가 아니라 '인용' 보도를 제재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을 반론 없이 보도한 것은 선거 시기 유권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인정할 수 없다. 사실 왜곡도 아니고 이 후보에 대한 인용 보도까지 문제 삼는 것은 언론사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이 후보에 비판적인 진 전 교수의 말과 글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권한 남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 전 교수와 직접 맞붙지 않고 '심의위'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이 후보 역시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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