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컬렉션으로 보는 박물관 수업

황윤 지음/ 책읽는 고양이 펴냄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전시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전시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핫 플레이스'다.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세련된 외형이나 소장품의 개수가 아닌, 단 한 점이라도 세계적인 컬렉션이 있을 때 주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왜 박물관의 가치가 컬렉션으로 결정되는 지를 세계 뮤지엄의 주목받는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 필라델피아미술관은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작품은 세잔의 대표작이자 미술관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가치가 3천억원을 가볍게 넘는다. 하지만 1937년에 미술관측은 후원자가 지원한 기금 11만 달러로 이 그림을 처음 구입했고 이에 세계경제공황이 한창인 당시 지역 언론은 냉소와 비난을 쏟아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통계를 보면, 한국고미술 전시보다 유럽 회화나 이집트 유물전의 관람객이 월등한 것은 이국적이면서도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안방에서 세계적인 유명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인상파에 관심을 갖고 근대화가 시작될 무렵부터 인상파 작품에 주력한 나라는 일본이다. 모네가 그린 200여 점의 수련 중 10% 정도가 일본에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일본 나오시마섬에 있는 지추미술관은 배 시간까지 맞춰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도 다다오 설계의 건축과 함께 2x6m 크기의 '수련'을 포함한 5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한 해 60만 명의 관람객이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가 됐다. 최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의 영향력은 단순 작품 감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명품 하나의 힘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대변하고 있다.

1949년 마티스의 '붉은 방'이 미국 뉴욕의 MOMA에 전시되자 47세의 한 뉴욕 예술가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계속 미술관을 찾았다. 이후 대가로 성장한 그는 자신의 예술적 업적은 전적으로 마티스의 '붉은 방'으로 가능했다고 훗날 밝혔다. 그 사람은 추상화가로 유명한 마크 로스코였다.

박물관 마니아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감상하고 수집한 자료를 통찰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은 이 책은 작고 앙증맞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34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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