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하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등장하는 하이디의 친구 클라라가 떠오른다. 클라라는 연약하지만 하이디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소녀다. 또 하나 떠오르는 이름은 슈만과 브람스의 사랑을 독차지한 피아니스트 클라라이다.
클라라 슈만은 두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고 전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으며, 슈만이 작곡한 작품에 조언을 하고 작곡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고 브람스의 뮤즈였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억척 엄마이기도 했다. '클라라'라는 이름만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클라라와 태양'은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가 수상 후 내놓은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은 상점의 쇼 윈도우를 바라보는 클라라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이 상점에서는 AF(Artificial Friend), 즉 인공지능 친구나 로봇을 판다. 그곳에 진열된 클라라는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을 세세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던 중 조시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꼭 다시 와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조시가 클라라를 찾아오고 함께 조시의 집으로 간다.
조시는 몸이 아팠고 클라라는 조시의 모든 상황을 살피며 조시의 건강상태를 엄마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클라라는 조시를 잘 돌보기 위해 조시의 작은 행동과 말 하나도 학습해간다. 조시의 언니 샐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기에 조시의 엄마 크리시는 조시의 상태에 대단히 예민하다. 클라라는 오롯이 조시의 건강과 기분에 모든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크리시는 딸의 모든 것을 습득한 클라라에게 조시가 세상을 떠난 후 조시가 되어 살아달라고 제안한다.
클라라는 여전히 조시의 회복만을 바라며 무엇이 조시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원동력이 되는 태양, 상점 쇼윈도를 통해 바라본 태양의 기적이 조시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시의 추억이 있는 옆집 창고를 찾아가 그 틈에 비치는 태양을 바라보며 조시의 회복을 기도한다.
조시 엄마는 조시를 학습한 클라라를 통해 자식 잃은 슬픔을 다시 겪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했다. 다행히 조시는 건강을 회복해서 대학생이 되었고 클라라는 혼자 남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라는 조시의 행복을 기원하며 쓸쓸히 자신을 내어놓는다.
이 소설은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이고 가까운 미래의 우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클라라를 통해 인공지능, 인간복제를 이야기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어쩌면 인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클라라와 태양. 그 둘의 공통점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한다. 클라라는 그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와 수용, 그리고 사랑으로 품는다. 그리고 클라라의 관점에서는 누구 하나 옳고 그름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클라라는 희망적인 존재였다. 마치 클라라가 태양에 모든 것을 걸고 기도하듯이. 태양은 클라라에게 희망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클라라가 희망이었다. 사랑을 아직 모르겠다면 모든 조건과 만약의 경우에 대한 계산을 내려놓고 오롯이 이해하고 온전히 사랑한 클라라에게 배워보면 좋겠다.
남지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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