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3일 여야 대선주자와 지도부 대부분이 조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여야 정당 대선 후보 4명은 전 전 대통령이 5·18 무력 진압 등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을 일제히 비판하며 모두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사에서 "(전 전 대통령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중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은 점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두환 씨라고 하는 게 맞겠다"면서 "전두환 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다. 최하 수백 명의 사람을 살상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의도에서 경선 주자들과의 조찬 회동을 앞두고 "일단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면서 생전 과오에 대해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선 "상중이니까 정치적 이야기를 그 분과 관련지어 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조문 여부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2시간 30분 뒤 수석 대변인을 통해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며 번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SNS에서 "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국민께 사과하지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굴곡진 삶을 풀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썼다.
이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국민과 함께 조문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다.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전두환 씨가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 역사의 깊은 상처는 오로지 광주시민들과 국민의 몫이 됐다. 무엇보다, 이 시간 원통해 하고 계실 5.18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전 과오에 대해 사과와 참회를 하지 않았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조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인에 대해 '전두환 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자연인으로서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만, 대통령을 지낸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게도, 고인은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거부하고 떠났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한 후 8여년을 철권통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한 참회도 없었다. 참으로 아쉽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불가"라며 "당 차원에서 조화나 조문 등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지지층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 씨의 경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혀 표한 바 없다. 이에 지난달 26일 노 전 대통령 별세 때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고인의 역사적 과오 평가에는 온도차를 보이면서도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빈소를 찾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민주당은 이날 당의 공식 페이스북·트위터 계정도 처음에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가 이를 삭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호칭도 이내 '전두환 씨'로 고쳤다.

정의당 역시 고강도 비판을 이어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쿠데타 범죄자 전두환 씨가 역사적 심판과 사법적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망했다. 전두환 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2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사망한 것은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해온 그의 추악한 범죄가 현재 진행형 범죄임을 말해준다"며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같은 수구세력이 그를 단죄한 사법 심판과 역사적 평가를 조롱하며 역사와 사법 정의를 지체시켜왔다. 학살의 범죄에 묵인하고 동조해온 공범들"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은 오전 중 조문 여부부터 메시지 수위까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오후쯤 당 차원에서 조화는 보내고 당내 구성원들의 조문은 자유롭게 결정하기로 했다.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SNS를 통해 "저는 전 전 대통령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 당을 대표해서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며 "당내 구성원들은 고인과의 인연이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약간의 선을 두는 것은 고인이 군사독재와 민주화 시위 탄압,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학살 등 역사적 과오를 남기고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과,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역사적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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