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월패드 해킹 아파트 명단' 떠돌아…알몸·성관계 모습 유출 우려

전국 각지 아파트 이름, 지역명 등과 함께 언급…다크웹에서 하루치 영상 800만원 거래

해커가 국내 아파트 월패드를 해킹한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화면 모습. 외국 포럼 갈무리
해커가 국내 아파트 월패드를 해킹한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화면 모습. 외국 포럼 갈무리

전국 여러 아파트에서 월패드 카메라가 해킹돼 가정 내 사생활이 해킹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는 누리꾼들이 '월패드 해킹 아파트의 명단'이라며 공유 중인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리스트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구, 포항, 부산, 울산, 제주 등 전국 각지의 구체적인 아파트 이름이 언급됐다. 해킹 피해가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월패드는 비디오 도어폰 기능을 지원하고 조명·보일러·가스·가전 등 가정 내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거실이나 주방에 설치한 단말기다.

지난 2007년 정부가 '홈네트워크 건물 인증 제도'를 통해 아파트의 '스마트홈' 기술을 장려한 뒤로 여러 건설사들이 공동 주택(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신축 시 '스마트 홈'을 적극 도입해 왔다.

'월패드 해킹' 의혹은 최근 한 언론이 자신을 해커라 주장하는 인물과 접촉하면서 대두됐다. 지난 15일 IT조선은 한국 아파트 주민 생활상을 담은 영상이 다크웹(특정 웹브라우저 등을 이용해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 불법 유통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커는 국내 한 아파트단지 월패드 카메라를 해킹해 홍콩 사이트에서 수십 장의 가정 내 모습 영상을 최초 유출했다. 이후 해당 영상들이 여러 웹사이트에서 공유됐다. 영상들은 다크웹 상에서 하루치에 0.1비트코인(800만원 상당)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가 국내 아파트 월패드의 해킹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화면 모습. 외국 포럼 갈무리
해커가 국내 아파트 월패드의 해킹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화면 모습. 외국 포럼 갈무리

해커가 소유했다고 주장하는 영상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에는 주민의 알몸이나 성관계 장면이 담기는 등 적나라한 사생활을 포함한 이미지도 상당수 있다. 얼굴이 크게 보이는 썸네일에서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라 알려졌다.

IT조선에 따르면 해커는 "대한민국 아파트 대부분을 해킹해 스마트홈 기기에서 영상을 추출했다"고 주장했다. '진짜 한국 아파트 단지를 다 해킹했냐'는 질문에는 "원하는 아파트 단지를 고르라"고 대답하며 영상 확보 리스트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지난달 위키리크스한국은 최근 유출된 영상 속 월패드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바탕으로 해킹 피해를 입은 월패드 제조사를 특정하기도 했다.

이에 언급된 제조사 측은 최근까지 "사진 속 월패드 UI로 보아 절대 우리 제품이 아니다. 월패드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서버에도 이상이 없었다"면서 "홈네트워크 해킹 이슈는 당사 제품과 무관함을 알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아파트 월패드로 구현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의 보안이 상당히 취약해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대표는 "메이저 브랜드 아파트이건, 일반 아파트이건 모든 아파트 스마트홈 시스템은 초등학교 수준의 해킹 기술만 있으면 다 뚫린다"면서 "해킹을 당하면 관리비를 0원 또는 수백만원으로 조작할 수 있고, 월패드 카메라로 도촬(도촬)도 가능하다. 아파트 출입 기록도 다 뽑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패드를 비롯한 사물인터넷(IoT)의 보안 강화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5년 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접수된 IoT(사물인터넷) 보안 취약점 신고건수는 1천600건에 이른다. 지난 2018년 국회에서도 보안 의무화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부가 월패드를 도입한 아파트 가구들의 망을 분리하는 방안이 담긴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 개정을 4년 째 준비 중이지만, 월패드 업계는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는 "해킹 아파트 명단에 포함된 아파트 주민이거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이는 월패드 카메라에 불투명 스티커 등을 부착하고 비밀번호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해커가 월패드 해킹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아파트 리스트의 일부. IT조선
해커가 월패드 해킹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아파트 리스트의 일부.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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