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서 경찰관이 취한 태도는 우리나라 '직업윤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자 범인을 제압하기는커녕 현장을 이탈했다. 그래 놓고는 "생명과 직결됐을 때는 119 구조 요청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직업윤리는 어떤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행동 규범이다. 소지한 무기로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스스로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허문 것이다.
어떤 직업에든 직업윤리가 있다. 예컨대,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양심은 개인적 양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관으로서 '직업적 양심과 윤리'를 말한다. 자신의 평소 소신이나 이념을 이입해 형을 감하거나 더하는 것은 '개인적 양심'을 지키는 것일지는 몰라도, '직업 윤리'를 훼손하는 행위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기자직은 특성상 야간에도 일이 발생하면 취재해야 함에도 '근무 시간 끝났다'며 취재를 거부한다면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행위다.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사회적 약속·신뢰를 깨는 행위인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자신의 일을 잠시 거쳐 가는 일로 여겨 함부로 일을 처리한다면 역시 직업윤리 훼손이다.
제3자가 직업윤리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좌표를 찍어 댓글로 판사를 집단 비난하는 것은 '직업윤리'를 위협하는 행위다. 법이 국민 눈높이와 시대에 맞지 않으면 합의를 거쳐 법을 바꿀 일이지, '여론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 재판에 여론이 침입하면 증거는 왜곡·과장 혹은 축소되고 대중은 즐겁겠지만 진실은 멀어진다.
마땅히 수행해야 할 직업적 임무를 게을리한다면, 우리 사회 법치는 위협받고, 신뢰는 무너진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원숭이가 동물원 철창 안에 갇혀 돌멩이나 던지고 있을 때, 인간이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협력' 덕분이라고 했다. 직업윤리라는 약속과 신뢰가 무너지면 '협력'은 불가능하다. 각자의 작은 배신이 인간을 원숭이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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