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드 찾는 골린이 늘자…골프웨어 매출 "굿 샷∼"

"치는 것보다 찍는게 더 즐거워" 골프웨어업계, MZ 공략 아이템 공 들여
MZ세대 골프복 입고 인증샷 붐…날씨 상관없이 잘 팔려
구매 부담에 대여업체도 속속 등장…젊은층 골프 열기 더 뜨거워질 듯

지난 6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오픈한
지난 6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오픈한 'GDR 아카데미'에서 한 회원이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아카데미 500여명의 회원 중 35%는 2030세대다. 롯데백화점 제공

그간 한국사회에서 '부자 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 인식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대거 진입한 영향이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필드 위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복장을 입고 포즈를 취한 뒤 사진을 찍는 문화(인증샷)가 자리잡았다. 골프웨어 업계는 주 고객층으로 단숨에 오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템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골프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도 인기를 유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골린이'들의 골프 사랑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 수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4천670만명으로 전년(4천170만명)보다 500만명 급증했다. 올해는 5천만명을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 자연 공간에서의 야외 활동으로 인식되면서 골프 열풍이 불었고,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의 수요까지 끌어들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골프 인구 급증과 함께 문화도 달라졌다. 그간 골프는 회사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교 모임이나 고소득층의 여가활동의 하나로 자리잡았지만, 코로나19 이후 MZ세대의 골프 이해법은 이와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MZ세대에겐 골프가 골프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등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골프에 입문했다는 직장인 김다연(31) 씨는 "골프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도 골프의 또 다른 묘미"라며 "여유가 될 때마다 주식처럼 새롭게 사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25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 '골프웨어', '골린이'를 검색하면 대부분 골프 복장을 입고 올린 사진들이었는데, 관련 게시물 건수가 각각 94만, 71만여 건에 이른다.

◆골프웨어 업계도 MZ세대 트렌드에 주목

2030세대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의 골프 사랑이 1년 365일 계속되면서 골프복 업계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 만들기에 한창이다. 통상 골프업계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연말엔 비시즌을 맞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MZ세대 사이에서 골프 복장을 착용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붐'이 일면서 최근 골프복은 날씨와 상관없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25일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이달(22일 기준) 골프복 매출은 1년 전보다 20.8% 증가했다. 이 중 2030,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포인트(p) 늘었다. 지난 10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백화점을 처음 방문해 골프복을 산 MZ세대 비율 역시 전년 동기보다 7%p 늘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추위가 일찍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골프복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MZ세대의 '인증샷' 열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은 "SNS에 자신의 골프 복장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관심받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찾아 오는 2030 고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골프 업계에서는 M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마케팅이 치열하다. 일례로, 골프복 브랜드 마틴골프는 젊은층이 가장 선호하는 이목구비로 이뤄진 가상인간 '로지'를 모델로 발탁했다. 로지가 골프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최근 인스타그램에도 공개했다. MZ세대의 새로운 골프 문화를 가상 인플루언서에 접목하면서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이끈 것이다.

2030 골퍼들을 겨냥해 다양한 캐릭터들과 협업한 골프웨어 제품들. 롯데백화점 제공
2030 골퍼들을 겨냥해 다양한 캐릭터들과 협업한 골프웨어 제품들. 롯데백화점 제공

캐릭터와 연계된 골프복도 각광받고 있다. 골프복 브랜드 파리게이츠는 루이스 캐럴의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삽입된 존 테니얼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캐릭터를 재해석해 23개 스타일의 의류·캐디백·모자 등으로 구성했다. 볼빅 골프웨어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함께 '마블 시리즈'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마블 대표 캐릭터인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디자인을 적용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미닝 아웃(Meaning Out·제품 구입 시 자신의 신념,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활용한 골프웨어도 나왔다. 빈폴 골프는 멸종 위기 동물을 제품에 그려넣으면서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시장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가 단순히 상류층을 위한 놀이·여가활동으로 인식됐다면 시도되지 않았을 특색 있는 마케팅이 최근 MZ세대 골프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웨어 대여 전성시대

골프장에 갈 때마다 SNS에 인증샷을 찍으려면 매번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유명 골프 브랜드의 모자, 상·하의, 신발 등을 다 장만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 한다. 사회 초년생인 MZ세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골프웨어를 대여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5일 포털 사이트에 '골프 대여'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뒤 한 업체에 접속했다. 고가 골프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고, 원하는 날짜를 지정하면 고객의 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골프를 친 뒤 세탁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배송비는 별도로, 시중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골프웨어 제품을 10% 수준의 대여비로 이용할 수 있었다.

대여료가 비싸보일 수 있지만, 실수요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실속 있는 소비다. 골프웨어 대여업체의 한 이용자는 "비싼 골프장을 자주 이용하기가 어려운데, 이왕이면 한번 골프장에 나갈 때 사진도 찍고 모처럼 기분 좀 내기 위해 고가 골프 의류를 빌렸다"며 "자주 입지 않아 사기엔 부담스러울 때 대여가 괜찮다"고 했다.

◆골프 사랑 계속 이어질까?

골프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게 된 스포츠 종목인 만큼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MZ세대의 골프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골프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조7천억원에서 오는 2023년엔 9조2천억원까지 뛸 전망이라는 게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이다.

강기모 대구시골프협회 전무이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골프가 워낙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 탓에 접근이 어려웠지만 실내 스크린 연습장 활성화로 누구에게나 친숙해졌다"고 했다. 연습장에서 먼저 충분히 경험하고, 골프 라운딩을 나가는 문화가 정착했다는 것이다.

강 전무이사는 "골프 스포츠 열기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간다고 본다. 처음의 진입 장벽만 뚫으면 꾸준히 즐길 수 있다"며 "개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스포츠 종목"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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