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내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눈치 빠른 이들이라면 대략 상황을 짐작했을 듯하다. 전형적인 보이스(메신저) 피싱 수법이다.
시작은 장모님께 날아온 문자 한 통이었다. '엄마, 나 휴대폰이 고장 나 수리 맡겼어'로 시작되는 메신저 피싱. 요즘도 속는 사람이 있냐고들 하지만 여전히 있고 피해자도 꾸준히 나온다.
장모님은 응당 딸의 메시지라 여겼고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메신저 피싱 조직원은 "지갑을 안 가져왔는데 수리 비용이 필요하니 신용카드 앞·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얼마 전 휴대폰이 먹통되는 경험을 했던 장모님은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고 깨달았지만. 범죄 피해를 입을 절체절명의 상황. 다행히 장모님은 금전적인 피해를 가까스로 면했다. 누군가의 도움 덕분이 아니었다. 장모님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문자메시지나 SNS로 전송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메신저 피싱 조직원은 의문의 링크를 보내기도 하고, 사진 전송 방법도 꽤나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장모님은 '영어'로 된 링크는 뭔지 몰라 손대지 않았고, 사진 전송도 어려워했다. 결국 채근하던 범죄 조직원은 'ㅠㅠ'만 남긴 채 사라졌다. 디지털 기기 조작이 너무 서툰 덕분에 메신저 피싱 피해를 입지 않은 '웃픈' 상황이 된 것이다.
범죄 피해를 입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전송하지 못한 장모님은 노년층의 심각한 '디지털 래그' (Digital Lag)를 방증한다. 디지털 래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에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격차가 매년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8.6%로 저소득층(95.1%)과 장애인(81.3%), 농어민( 77.3%)보다 낮았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도 심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16~25세의 디지털 문제해결 능숙도는 60% 이상인 반면, 55~65세의 경우 5% 이하였다. 특히 팬데믹과 함께 일상화된 비대면 거래는 노년층을 빠르게 사회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키오스크(Kiosk) 주문이 일반화됐고, 은행 점포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백신 접종을 비롯한 각종 정책 정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공된다.
디지털 격차는 세대 및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 정보 격차는 사회 계층의 단절을 야기하고 특정 계층의 극단화를 가속화한다. 이는 단순히 소외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판이 벌어지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도 판을 칠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노년층은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에 더욱 취약하다.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고 스스로 바라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 때문이다. 횡행하는 허위 정보는 노년층을 외딴섬에 갇힌 '이해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은 생존과 직결된 필수 사항이다.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불평등은 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하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노년층이 스마트폰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정보 공유, 소통과 참여 등이 가능한 디지털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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