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사이의 벽이었던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보던 연극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객석이 곧 무대고, 관객이 곧 배우가 되는 연극이 대구지역 연극계에서도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건 연극일까, 실전일까
최근 연극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탄 연극 중에 '돈 빌리브 오셀로'(Don't believe Othello)라는 작품이 있었다.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 공연된 관객 참여형 연극인 '돈 빌리브 오셀로'는 소극장을 벗어나 대구에서 처음 선보인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이었다. 'Immersive'라는 영어 단어 그대로 에워싸는 듯 몰입하게 한다. 관객이 자유롭게 공연장을 둘러보며 극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관객은 각 인물을 선택해 연극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젊은 연극인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대구 종로거리의 한 술집을 무대로 삼았다. 김근영 연출은 "2019년 '악인은 없다'라는 작품을 소극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관객 참여 요소를 더 집어넣을 수 있고, 좀더 색다른 시도를 하기에 알맞은 공간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눠놨다. 인물별로 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에서 연극을 한다. 관객은 범인일 것 같은 인물을 쫓아 연극을 본다. 사건을 추리하고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찾아내는 연극이다. 오셀로 역을 맡았던 이승재 배우는 "관객들의 제각각인 반응에 재미있었고 배우와 호흡하는 관객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배우 또한 그 에너지를 받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관객과 배우의 벽을 허무는 방식은 교육극단에서는 간혹 보였던 공연 형태다. '포럼연극', '참여연극', '소통연극'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각본없이 관객이 무대에 올라 배우와 호흡하는 건 일맥상통하다. 이융희 극단 나무테랑 대표는 "형식이 연극일 뿐이다. 관객이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연극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제3자로 자신을 바라보면 내면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참여형 로컬 RPG게임도 선봬
연극은 아니지만 배우들이 관객과 벽을 허문 이벤트도 최근 연달아 시도됐다. 지난달 13일과 14일, 20일과 21일 네 차례에 걸쳐 대명공연거리에서 열린 '대명동 미제사건–MIISING(미씽)'이다. 참여형 로컬 RPG게임이었다. 참신성만큼이나 참여 신청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거리에는 갖가지 인물로 변장한 대명공연거리 내 배우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명공연거리에서 일어난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탐정이 됐다. 대명공연거리 일대 상가와 공연장을 제한시간에 돌아다니며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시도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있은 '댐동에서 겜해도 댐? 댐!'의 반향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행사를 기획한 김현규 대명공연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은 "기존 연극과는 아예 다른 것이다. 지역 상생 방안을 위해 관객과 배우로 이분화된 구조를 깨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긴 것"이라며 "특화된 콘텐츠로 발전시켜 대명공연거리를 활성화시키고 예술인과 지역상권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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