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황리단길' 상권 쏠림으로 보문·원도심 '썰렁'

젠트리피케이션에다 외지인 상권 차지로 내부에서도 홍역
최근 핫플레이스 골목 부상…주말 3만여명 몰려 북새통
보문단지·시내 매출 30%↓…임대료 낮췄지만 상가 텅텅
황리단길 상인 70% 외지인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황리단길. 박진홍 기자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황리단길. 박진홍 기자

최근 전국 스타 상권으로 급부상한 경주 황리단길이 인접 보문단지와 원도심 상권을 흡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 황리단길 내부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에다 상권 대부분을 외지인들이 차지하는 등 심한 홍역도 겪고 있다.

28일 경주 황남동 일대 황리단길은 수도권과 대구 등지에서 찾아온 관광객 3만여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핫플레이스 골목 상권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힐 정도였고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은 이 구간을 통과하기도, 주차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 차량으로 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황리단길. 박진홍 기자
몰려드는 관광객들 차량으로 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황리단길. 박진홍 기자

반면 비슷한 시각 보문단지의 물레방아와 경주엑스포 주변 중심상권 등은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20년 째 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56) 씨는 "지난 2016년 이후 보문단지는 잠만 자는 숙소로 전락했다"며 "관광객들이 먹고 볼거리가 있는 황리단길을 찾으면서 보문단지 매장들은 매출이 30%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보문단지는 현재 시설의 노후에다 주차난, 문화엑스포공원의 인기 볼거리 부재, 각종 개발 규제에 묶여 관광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부동 등 원도심 상권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마나 원도심을 찾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조차도 황리단길 상권으로 쏠리면서 최근 급격한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원도심 상가 임대료가 예전에 비해 50% 이상 내렸지만 상가의 30% 가까이 비어있다.

최근 급부상한 황리단길에 상권을 빼앗기면서 침체가 더욱 심화된 경주 원도심. 박진홍 기자
최근 급부상한 황리단길에 상권을 빼앗기면서 침체가 더욱 심화된 경주 원도심. 박진홍 기자

황리단길이 소위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지가와 임대료, 권리금이 급등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진행 중이다.

황남동 청수부동산은 "황리단길 지가는 최근 5년 동안 평당 350만원에서 3천만원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급등했고 20평 매장 기준 권리금 8천500만원, 임대료는 400만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또 이곳의 음식점과 카페, 한옥 숙박 등 상가의 건물주와 상인 가운데 외지인 비율이 무려 70%대로 급증했다.

경주상의 이모(59) 위원은 "현재 황리단길 상권은 경제력 있는 외지인들이 장악한 반면 현지인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결국 황리단길은 경주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시민총회 심정보 위원장은 "시는 전시행정적인 '황리단길 띄우기'보다는 실질적인 '경주시민 부자 만들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원도심의 경우 봉황대공원을 개발해 관광객 시내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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