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코인노래연습장. 손님이 붐빌 토요일 저녁이지만 방들은 텅 비어 있었다. 한 청년 무리가 입구로 들어서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유모(41) 씨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청년 4명 중 1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해 유 씨는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하자, 청년들은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19 방역강화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청소년 손님 비중이 커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에는 140여 개의 코인노래연습장이 있는데, 특히 젊은 층이 몰리는 주점 밀집 골목이나 학교 근처에 주로 있다. 1천원에 3, 4곡을 부를 수 있는 코인노래연습장은 일반 노래연습장보다 싸고 가볍게 이용할 수 있어 청소년 고객도 많다.
코인노래연습장은 방역패스 의무시설에 포함돼 위드 코로나 호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업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서 5년째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권모(51) 씨는 1년 전부터 '투잡'을 뛰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화물차 운전을 하고 오후에 아내와 교대해 밤까지 연습장 카운터를 본다. 백신접종 여부 확인 등 방역 관리를 위해 관리자 1명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어야 해서다.
권 씨는 "부부가 일주일 내내 쉬지도 못하고 가게에 매달리고 있지만 매출이 반 토막이 나 아르바이트생 고용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손님 10명 중 3명은 백신접종을 하지 않아 그냥 돌려보낸다. 여기에 18세 이하 청소년까지 방역패스 대상이 된다면 그냥 장사를 접어라는 소리와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27일 기준 12~17세 청소년 접종완료율은 20.2%였다.

월세와 신곡 업데이트 등 고정 지출도 만만찮은데 상황이 더 악화될까 업주들의 걱정이 크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는"지난해 적자가 거의 6천만원이 났고 올해도 4월부터 월세가 밀린 상황"이라며 "동성로에 있다 보니 한 달 월세가 700만원 정도로 비싼데, 하루 수익이 10만원도 간당간당한 마당에 도저히 월세를 낼 수 없다. 텅 빈 방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픈데 방역패스 때문에 온 손님을 억지로 돌려보내는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김희창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은 "18세 이하 청소년의 주요 감염원은 학교나 학원인데도 확진자 발생 사례가 극소수인 코인노래연습장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는 건 특정 업종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강화해 접종완료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생활방역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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