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얼마라도 투자할지, 아니면 계획이라도 알려 달라."
최근 경북 영주시의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이 SK머티리얼즈 상주 투자와 관련, 영주지역 투자 계획도 밝히라고 '기업 옥죄기'에 나서 볼썽사납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투자 유치 실패의 책임을 지역 대표 기업인 SK머티리얼즈에 전가하던 지역 정치인들이 급기야 정치적 입지를 만회해 보겠다며 설익은 투자 보따리라도 내놓으라고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에 본사를 둔 SK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신설 공장 입지로 상주를 결정한 바 있다.
영주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도의원, 시의장 등은 지난 12일 SK머리티얼즈와 상생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6일 이 회사를 찾아가 대표이사 등 4명과 함께 영주지역 투자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만남이 있은 후 곧바로 5천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치적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박형수 국회의원은 "영주를 기반으로 소재분야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SK머티리얼즈가 타 지역 투자로 많은 시민이 허탈함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며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를 요청했다.
이영호 시의회의장은 "SK머티리얼즈 신규 투자와 관련,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지 확보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투자를 촉구했다.
이에 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는 "영주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으로 지금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영주공장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소재 글로벌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해 현재 투자하고 있는 2천억원을 포함, 5천억원까지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영주시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 한 관계자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찬반으로 갈라져 있던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 앞으로 실무협상을 통해 투자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다는 분위기와 달리 이 자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기업가는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사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실무 협상 한번 없이 탁상공론만 하는 자리를 만들고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두 번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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