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꼭 100일 남았다. 여야 후보가 결정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백신 접종률 80%를 넘기면서 '위드 코로나'를 실험하고 있지만 연일 4천 명을 넘나드는 확진자와 높은 중증 환자 발생으로 인해 국민의 관심이 분산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여야 후보와 정치인들의 욕심과 위선이 유권자의 관심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재명 후보부터 살펴보자.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 자랑했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후보의 책임 의혹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스스로 이익 분배 설계를 했다고 자랑했던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려 이 후보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초기 특검 거부에 이어 검찰과 공수처의 봐주기 수사 논란도 이 후보의 지지율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후보의 위선적 행태는 수없이 많지만 대장동 특검에 대해 똑같은 이유로 정반대 입장을 취하면서도 어떤 변명이나 사과도 없다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야권의 대장동 특검 주장에 대해 당초 이 후보는 죄 없는 내가 왜 특검을 받느냐고 주장했다가, 여론이 불리해지자 난 죄가 없으니 특검을 하자면서 공소시효도 이미 지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소환했다.
재정 상황에 비추어 불가하다는 재난지원금을 그토록 강요하다가 갑자기 이를 철회(연기)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답보 상태인 지지율의 원인이 선대위 책임이라면서 전권을 위임받아 선대위를 개편하면서 동시에 민주적 절차와 관계없이 무조건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라고 여당 의원들을 압박한 것도 그렇다. 그것이 진정 개혁인지 개악인지 논의조차 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이 후보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잔혹한 범죄의 변호 경력이었다. 인권변호사였다는 이 후보가 친척의 데이트 폭력 사건을 변호했다고 사과했지만, 사실 그 사건은 조카에 의한 잔혹한 살인사건이었다.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한 것은 피해자 가족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잠잠해졌던 성남 국제마피아파라는 조직폭력배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재조명시키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 야당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후보로 결정된 지 20일이 넘었어도 국민을 안심시킬 미래 비전과 대안적 정책들은 고사하고 선대위조차 출범시키지 못했다. 김종인 씨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둘러싼 야당의 혼란은 도대체 누가 대통령 후보인지를 헷갈리게 할 만큼 기가 막힌 일이다. 아직 진행형인 이 상황은 윤 후보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지난 보궐선거 이전까지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모조리 참패해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허용한 야당은 내부에서 당 대표 하나 선출하지 못해 이준석 대표 이전까지 모두 외부 인사들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 자신들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후보로 선출할 만큼 자생 능력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대위의 각 분야 본부장들은 과거 선거의 처절한 패배에 크든 작든 책임이 있는 올드보이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그나마 김성태 전 의원이 자진 사퇴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믿고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는 이럴 수가 없다. 2030세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이번 대선에서 80대 노인과 현 상태에 책임이 있는 60대 이상의 본부장들이 뻔뻔스럽게 나서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궁극적 책임은 후보에게 있지만, 맡아 달라고 부탁을 받아도 젊고 유능한 인사, 참신한 여성 정치인을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에서 백의종군하며 지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욕심에 가득 찬 보수 정치인들이 염치없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보수는 욕심 때문에 망하고 진보는 위선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여야 정당과 후보가 모두 이런 상태니 유권자는 찍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고 허탈해한다. 국민을 돌봐야 할 정치가 이 지경이니, 언제까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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