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성 차별·여성 차별’ 논란 정말 성차별 문제인지 잘 살펴야

올해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된 성차별 진정 중 '남성에 대한 성차별 진정'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공공이 운영하는 아파트에 입주 대상을 '미혼 여성'으로 제한한 경우, 여성만 이용 가능한 도서관 등으로 "남성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취업과 승진, 주택 입주, 육아와 가사 노동 등에서 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성별, 출신 지역, 학력 등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다만 여러 조건과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남성 차별' 또는 '여성 차별'로 쉽게 규정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녀 쌍방 폭행 사건에서 여성이 더 큰 신체적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정신질환자가 여성을 공격한 경우도 '정신질환 폭행'이 아니라 '남성의 여성 폭행'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정신질환자의 여성 폭행이라면 정신질환 폭행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해야 함에도 남성의 문제로 돌릴 경우 엉뚱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특히 특정 정치세력 또는 특정 성향의 단체가 이런 사건에 개입해 현상을 과장, 왜곡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손실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가사 노동 문제나 공기관의 임원 숫자 등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도 엉뚱하게 논의가 발전하기도 한다. 한국에 남자가 절반, 여자가 절반이므로 공기관 내에 여성 임원이 최소 몇%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럴듯하나 합리적이지 않다. 그런 식이라면 공무원도 남녀 절반, 극한 직업 종사자도 남녀 절반에 가까워야 한다. 이는 차별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차별을 키우고, 개인의 자유와 역량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청년 문제를 청년만 떼어 놓고 해결할 수 없고, 주택 문제를 주택만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성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 발생의 여러 상황과 조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남녀의 문제로 시야를 한정해 버리면 차별 해소는커녕 혐오와 적대감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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