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원로' 박창달 전 의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합류를 두고 지역 정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975년 민주공화당을 시작으로 보수정당에서만 활동한 대구경북(TK)의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오랜 보수정당 생활을 청산하고 민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 영입되자 '얻은 민주당'과 '잃은 국민의힘' 양쪽에서 모두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역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선에 급급해 정체성을 잃은 것 아니냐", "기존 TK 민주당에서 헌신한 이들을 '패싱'했다"는 식의 비판도 나온다.
◆"도대체 왜?" 황당한 보수 정가
일단 박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지역 보수 정치권을 관통하는 심리는 '황당'이다.
지난 45년을 보수정당에 몸담았으며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영입했을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하고 영향력도 컸던 그가 갑작스럽게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박 전 의원은 29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지역 발전 하나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후보가 직접 연락이 와서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TK를 꼭 살리겠다고 해서 받아들였다"며 "자리에 욕심을 낼 나이도 아니고, 그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이 후보가 가장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지역 미래산업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았고, 말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TK 지역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보자는 생각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 측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그 분과 상하관계도 아니고, 상의한 적이 없다. 일체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경선이 끝난 뒤 당 운영을 비판하며 지난 19일 탈당했고, 일주일 만인 25일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해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부글부글 대구 민주당
오랜 '숙적'이었던 박 전 의원을 난데없이 '우군'으로 맞이한 민주당의 속내도 편치 않다. 명확히 노선이 달랐던 그를 캠프에 영입한 것은 물론,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주며 사실상 '원톱'으로 앉힌 것에 대해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다.
경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영입 자체는 중도층 공략을 위해 백번 인정하더라도 왜 선대위원장을 맡겼냐는 것은 의문"이라며 "시당위원장이나 홍의락 전 의원 등 기존에 함께 뛰었던 사람들 입장에선 '패싱'당한 것 같은 서운함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의락 전 의원도 이번 결정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의원은 박 전 의원 영입 다음날인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이 없다.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 남부권경제대책위원장 자리도 반납하고 백의종군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뒤 외부와 일체 연락을 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한 지역위원장은 "박 전 의원이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대구경북미래발전위원장'도 맡았는데, 홍 전 의원이 맡았다가 반납한 직책과 이름은 다르지만 상당부분 겹친다"며 "개별 당원들도 당연히 '불호' 의견이 많다. '대구경북은 완전히 패싱이냐', '지역 인사들과 논의는 있었느냐' 등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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