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스스로 무력화한 경찰 공권력, 이틀 특별교육으로 강화되나

인천 흉기 난동 현장 이탈, 경찰관 자질 의심케 해…사회 만연한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탈피할 해결책 필요…지속적인 교육 강화, 물리력 행사 따른 법적 제도 보완해야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1일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를 압수 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1일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를 압수 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달 29일부터 권총과 삼단봉, 테이저건 등을 활용한 물리력 행사에 따른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해 국민적 질타를 받으면서 경찰 재교육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찰이 스스로 훼손한 공권력을 회복하고자 재교육을 한다고 하니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체계적이고 강도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대응을 보면 교육과 훈련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근본적으로 일상에서 사건·사고를 접하는 경찰관의 자질에 문제가 많음을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실습교육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흐르는 무사안일주의와 보신주의 등 안이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에 사건 현장에서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와 피를 보고 도망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수습 받을 때 사회부에 배치돼 경찰서에 출입한다. 지금은 느슨해졌지만, 예전에는 출퇴근이 없을 정도로 힘든 교육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살인 사건이나 자연사 등으로 숨진 사람의 부검을 지켜보는 일이다. 사건·사고 현장을 취재해야 하는 기자의 담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다. 갑작스럽게 타인의 주검을 마주하면서 구토를 하는 등 정신적인 상처를 입지만 기자 생활에는 도움이 된다.

사회부 기자로 경찰서에 배치받은 기자들은 야근한 형사들과 아침으로 라면을 함께 먹는 등 친분을 쌓는다. 형사를 '형님'으로 부르며 따르는 기자들도 있다. 강력반이 포함된 형사과에는 팔·다리에 깁기를 하거나 붕대를 두른 형사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밤 벌어진 범죄자 체포 과정의 무용담을 통해 그들의 용맹함과 직업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찰은 조직 내 일부의 과도한 정치적인 행위와 불법적인 행위로 비난받지만, 여전히 절대다수는 각종 범죄와 민원 현장에서 묵묵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국민의 경찰 의존도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높아진다. 단순한 비난과 질책으로 그쳐야 할 사회적 일탈 행위가 잔혹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권총과 테이저건 등 무기 사용 특별교육은 1, 2년 차 신임 경찰관 1만620명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300~307기 신임 순경들이 교육 대상이다. 이들은 내년 1월 31일까지 2박 3일간 총 16시간씩 특별교육을 받는다. 무도 교관, 사격 마스터, 현장 강사, 교육기관 교수 요원 등으로 구성한 강사진은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 대응훈련 위주로 체득할 수 있게 돕는다.

교육과정은 물리력 행사훈련 12시간, 경찰 정신 교육 4시간으로 진행된다. 물리력 행사훈련은 순응·소극적 저항시 대응, 적극적 저항시 수갑과 삼단봉 사용, 폭력적 공격 시 테이저건 사용, 치명적 공격 시 권총 사격 훈련으로 구성된다. 경찰 정신 교육은 적극적인 경찰, 용기 있는 경찰, 함께하는 경찰 등 세 과목으로 구성했다.

지역 경찰·형사·교통 외근·여성청소년 수사 등 현장경찰관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한 테이저건 특별훈련도 이뤄진다. 올해 현장 경찰 중 테이저건 사격 훈련을 받은 사람은 7천314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왼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왼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교육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에 배치한 신임 경찰관을 재교육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테이저건, 사격술, 체포술 등 실습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선 일부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쉽게 지시 명령으로 끝내려고 한다. 핵심은 구조적,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현장 인력 부족 해소와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따른 법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경찰관들은 강력범죄 현장에서 테이저건이나 총기를 사용했다가 과잉대응으로 처벌받을 우려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초 '정인이 사건' 때도, 지난 6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이 폭행 시비를 벌이던 외국인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관계자들은 자질 부족이 1차 원인임을 인정하지만, 강경 대응으로 피의자가 다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사건과 맞물려 공교롭게도 국회에서 경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25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가 의결한 개정안은 경찰관이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관이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구조하기 위해 타인에게 신체의 피해를 줬을 경우라도, 그 직무수행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물리력 행사에 따른 교육을 강화하고 법적인 안전장치를 갖춘 경찰이 앞으로 사건·사고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과잉 진압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범죄자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 유지를 위해 특별하게 주어진 무기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찰관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뉴스를 접하는 시민이 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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