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낙연 전 대표와 홍준표 의원의 '거리두기'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등 양측 모두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도 이 전 대표나 홍 의원은 팔을 걷어붙이고 돕기보다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모양새여서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이후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 접견, 지역 방문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이 전 대표의 고향인 영광에서 마무리되는 광주·전남 '메타버스' 일정에 이 전 대표가 깜짝 등장하길 못내 바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일정 시작 전 이 전 대표에게 미리 전화했지만 사전에 정해진 충청·경남 방문을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일부 지지자는 이 후보가 3박 4일간 광주·전남을 방문한 기간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지역 시의원과 막걸리를 마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된 것을 두고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아쉬움과 별도로 시간이 필요할 뿐 이 전 대표가 결국엔 무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그동안 도와주셨던 분들, 그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가신 것이라고 들었다"며 "그런 설득의 과정에 당의 결속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른바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플랜B'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재명-이낙연의 결합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별의별 소설을 다 쓴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많이 이기는 것도 아니고 안 아쉬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이 전 대표의 특성도 있고, 알아서 잘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는 상대적인데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비교를 해보라"며, 홍 의원에 비해 이 전 대표가 훨씬 적극적으로 후보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활발한 장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윤 후보에게도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은 '경선 흥행'으로 끝이 났다는 게 홍 의원의 입장이다. 지난 19일 SNS에서는 "제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것을 비난해서도 안 되고, 선대위 참여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횡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뿐 아니라 윤 후보를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청년의꿈'에 마련된 '청문홍답' 게시판에서 다음 대선에 누굴 뽑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홍 의원은 "이재명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윤이 되면 나라가 혼란해질 것"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윤 후보 측도 애를 태우고 있다. 청년층 지지세가 취약한 윤 후보에게 홍 의원의 조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홍 의원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선대위 인선에 '홍준표계' 인사를 포용하면서 홍 의원과의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게 윤 후보 측의 구상이다.
홍 의원의 경선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조경태 의원은 이날 윤 후보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와 경쟁했던 후보의 핵심 좌장을 맡으셨던 분이라 그런 차원에서 모시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와 홍 의원 사이 접촉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여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적당한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 앞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과 '앙숙 관계'이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생겼다는 당 일각의 분석도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7일 '청문홍답' 게시판에서 '제가 누구를 뽑아야 합니까. 윤석열입니까, 이재명입니까. 참 답이 안 나옵니다'라는 지지자 글에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살인자 집안 출신에 포악한 후보는 대통령 해선 안 되지요"라고 답했다.
'뽑을 후보가 없다'는 글에는 "이재명 후보는 아니다"라고 했고,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글쎄요"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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