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개월마다 목숨걸고 백신 접종?…방역패스 유효기간에 '분통'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백신 유효기간 6개월 설정"
"접종 완료 시점이 사실상 사라진 거 아니냐" 지적도
"부작용 우려하면서까지 접종보다 방역수칙 준수하면서 살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를 마친 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방역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를 마친 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방역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백신 접종 후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이 설정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애초 정부는 접종의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했으나,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없을 시 시설 출입 등 생활을 제한하면서 접종이 강제성을 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방역패스 6개월만 유효…추가접종 해야

2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시간경과에 따라 접종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해 6개월의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4차 회의에서 ▷방역패스 유효기간 설정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등 기존 방역패스 확대가 논의된 것과 관련, 정부는 방역패스 유효기간만 포함했고, 청소년에게까지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방안은 제외했다.

방역패스는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완료했거나 48시간 이내 유전자 증폭(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은 6개월로 설정됐다. 접종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반년 후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않을 시 시설의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의 면역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해 발생하는 돌파감염에 대응하겠다는 조치다.

◆ 시민 "정부가 약속한 방역 자율성은 헛구호가 됐다"

하지만 애당초 정부가 접종에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어 부스터샷이 반강제성을 띤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게 됐다.

기접종자들 사이에선 접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초기에 정부가 접종 완료의 기준을 2차로 뒀는데, 주기적인 부스터샷 접종으로 '완료'라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A(38) 씨는 "접종해도 감염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백신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다. 다들 접종하는 분위기 속에 마지못해 2차 접종을 완료로 생각하고 맞았지만, 백신을 6개월마다 접종해야 한다면 접종 완료라는 개념은 사실상 사라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부터 사망 등 부작용 사례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부스터샷으로 매번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잇따랐다.

2차까지 접종한 B(27) 씨는 "1차 접종은 미열에 그쳤지만 2차 접종 후 몇 주간 난청이 너무 심해져 병원을 방문했다. 몇 번이나 더 접종해야 할지 모르는 부스터샷에 목숨을 걸 수는 없다"며 "차라리 접종보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쪽으로 감염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 "다시 손님 끊길 것 같다" 우려 커

강화된 방역대책을 두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방역패스의 유효기간 설정으로 사실상 부스터샷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탓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끊긴다는 것이다.

수성구의 한 목욕탕 안내데스크 직원 C(50대) 씨는 "가뜩이나 손님이 줄고 있는 상황에 무기한 부스터샷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니 정말 벼랑 끝에 몰린 느낌이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내놓은 방안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역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가 발생한 데다, 일일 신규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방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스터샷을 접종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다룰 수 있는 의료시스템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느슨한 방역을 지속하면 걷잡을 수 없이 방역지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로선 방역을 강화해 일상회복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은 긴급 승인으로 임상이 짧아 부작용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에 적절한 의료시스템을 마련한 뒤 부스터샷을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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