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이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아니다.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 접경 지역에 있었던 사보이아 공국의 외교관이었던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한 말이다. 원문은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이다.
이 언명(言明)은 민주정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된다. 메스트르가 프랑스 혁명을 반대하고 절대왕정을 지지한 반동주의자였으니 그런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메스트르의 그런 본래 의도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정부의 수준은 국민 수준이 결정한다는 통찰에만 집중하면 된다. 세계 4위의 부국이었으나 '국민은 즉시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라고 유혹한 페론을 권좌에 올려 만성적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국민, 차베스와 마두로를 선택해 94.5%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그런 통찰의 가장 슬픈 실례다.
21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도 그런 수준에 접근했다. 여당에 개헌 말고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180석을 몰아줬다. 소주성, 탈원전, 반기업·친노조, 울산시장 선거 공작, 검찰 인사 학살 등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쳤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문 정권의 돈 뿌리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 정권은 선거 전 가구당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약속했다. 선거 이틀 전에는 아동수당 1조 원을 살포했다. 투표 전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지 말고 재난지원금 신청부터 받으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년 대선을 이와 똑같이 돈으로 사려고 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다시 꺼냈다. '기본 3종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에 더해 전 국민에게 가상 자산까지 지급하겠다고도 한다. 영혼을 돈으로 사겠다는 것이다. 사람은 눈앞의 개인적 이익보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더 걱정하기도 하는 존재임을 부인한다. 돈으로 못 살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천박한 포퓰리즘이다.
국민은 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반대 여론이 60%를 넘었다. 올해 초과 세수의 징수를 내년으로 넘기는 불법을 저지르라고 공무원을 윽박지르면서까지 밀어붙였는데 반길 줄 알았던 국민이 안 받겠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철회했다.
거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까지 거부한다.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5.1%가 '소득·자산 등과 상관 없는 기본소득제'에 반대했다. 특히 20대에서는 반대가 75.2%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신설하겠다는 국토보유세도 거부한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 55.0%가 국토보유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모두 '이재명에게 사육(飼育)되지 않겠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이런 거부에 이 후보는 희한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여론은 '진짜' 가 아니며 지원금을 받고 싶다는 게 진짜 민심이라고 하고, 국토보유세 반대 여론은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 짓"이라고 한다. 대선 밑천이라고는 '주겠다' 뿐인데 거부당하는 데 따른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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