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빛공해'로 잠 못드는 대구…시민 56% "불편 느낀다"

조명 45% 빛방사 기준 초과…동식물 성장 방해·생존 위협
발암물질 인정된 조사 결과도

대구시 제공
대구시 제공

대구 시민들이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지만 너무 과도한 도심의 빛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넘어 건강까지 위협받는 현실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 구·군에서 장식조명, 광고조명, 공간조명 등 3개 분야를 조사해 '빛공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천831건 가운데 44.7%(2천159건)가 빛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외부에서 건물에 빛을 비추는 장식조명의 빛방사 수준은 조사대상 204건 가운데 73%인 149건이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이어 옥외광고물이나 전광판 등 광고조명 초과율이 46.9%(3천885건 중 1천823건), 공공에서 관리하는 가로등·보안등 등 공간조명이 25.2%(742건 중 187건) 순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 가운데 56%가 '조명으로 인해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구시의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가 심각하다 '는 응답자는 44%, '인공조명 관리에 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68%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빛공해가 불편을 넘어 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07년 국제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에서는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빛공해가 사람의 생체리듬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수면상태로 접어들기 위해선 몸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야 하는데 야간에 빛공해가 지속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생성이 억제되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2017년 하버드대의 한 연구 보고서는 과도한 빛공해 노출 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14% 상승하고 남성에게도 전립선암 등 여러 종류의 암 발생 원인이 된다고 명시했다.

2018년 미국 보건환경연구원은 유방암과 전립선암 발병률 상승 수치를 각각 1.5배, 2배로 구체화하기도 했다.

빛공해는 사람 뿐 아니라 동·식물의 생태계도 교란한다. 식물은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워지고, 야행성 동물의 경우 사냥과 짝짓기가 제대로 안돼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조류는 둥지를 감싸는 눈부신 야간의 빛 때문에 알을 낳지 못하며,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높은 탑과 빌딩 불빛으로 길을 잃어 객사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밝은 가로등 옆에서 장시간 빛을 받는 가로수들은 단풍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단명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로등 옆에서 밝은 불빛을 받고 자란 벼는 이삭이 아물지 못하고 키만 웃자라거나 정화 능력이 떨어져서 병들어 말라 죽기도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도 빛공해가 심각한 만큼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빛공해 제로 도시로 구축을 위해 금명간 종합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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