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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몰카' 찍으려 남친 몰래 촬영한 여성 '무죄'

대구지법 "함께 동영상 편집, 헤어지고 싸운 뒤 고소한 점 등 종합"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제2-1형사부(부장판사 김태천)는 30일 자신의 집에서 남자친구가 속옷만 입은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여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경북 경산에 있는 자신의 집 책상 위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옷장에 숨어 잠시 함께 살던 남자친구 B(23) 씨가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 등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남자친구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자신이 집에 없을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촬영하는 이른바 '기생충 몰카'를 찍던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사건 당일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했고, 신체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영상을 B씨에게 전송해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헤어지고 심하게 싸운 이후인 2019년 9월 B씨가 고소한 점 등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B씨는 여자친구, 다른 친구의 집에 일시적으로 얹혀살면서 옷 등 소지품을 자신의 차에 두고 생활했기 때문에, A씨로서는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B씨가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을 것을 예상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A씨가 남자친구의 나체 또는 속옷만 입은 모습을 촬영할 의도였다면 카메라를 화장실에 설치했거나 카메라가 화장실 쪽을 향하도록 설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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