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은 지난 4년간 국내 전력산업을 무질서하고 통제되지 못한 사실상 비효율적 산업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그 핵심에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 달성이 골자다.
이를 위해 원전과 석탄 발전을 축소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2020년 기준 6.6%에서 2050년 최대 70%까지 끌어 올리는 반면 석탄은 2020년 35.5%에서 2050년 0으로, 원전은 2020년 29%에서 2050년 6.1%로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은 "현장 정보가 전혀 없는 탁상공론"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탈원전
2050년 한국의 예측 전력 수요량은 현재의 2.2배인 140GWy(1GW 1년 발전량)이다.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70%로 확대하려면 태양광 발전량이 71GWy에 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울 면적 10배, 국토의 6%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전력망 유지를 위한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보에도 1천50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은 계절과 시차에 따라 변동폭이 클 뿐 아니라 한국은 잉여전력의 수출·입도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전력망 운용이 매우 어렵다.
발전원가 역시 원전은 kwh(1kw가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당 58.68원에 불과하지만 풍력은 177.24원, 태양광은 105.21원에 달한다.
한국의 육상풍력은 바람이 많지 않는 단점이 있는 반면 해상풍력은 공사비와 발전단가가 너무 높아 수익성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신안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8.2GWy를 생산하기 위해 연 2조6천억원의 보조금을 소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난 11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탄소 중립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60 탄소 중립계획'에서 당초 원전 비중 3.1%에서 18.7%로 확대 수정했고 미국은 원전 확대를, 인도와 러시아, 체코, 영국, 핀란드, 중동, 남미, 북아프리카 등도 원전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우월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원전산업의 힘을 빼는 폐해도 낳고 있다.
한국형 원전 APR 1400은 이미 유럽사업자 요건 충족 인증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인가를 받는 등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은 아직도 미국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389일간 무정지 운전의 우수한 가동실적에다 한국 원전 건설비가 프랑스 KW당 8천불, 미국 8천500불의 절반 수준인 4천불에 불과한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최근 22조원에 달하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수주가 무산됐고 단독 수주가 예상됐던 UAE 바라카 원전의 장비 정비계약도 다른 나라와 나눠 가지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다 한수원은 2016년에 순이익 2조5천억원을 냈으나 2018년에는 적자로 돌아서면서 부채비율도 16년 100% 수준에서 120%대로 급증했다.
한전 역시 원전 발전량 감소를 메우기 위해 LNG 도입을 늘이다 3조5천억원의 손실을 봤고 2019년에만 적자 2조3천억원이 발생, 부채율이 143%에서 187%로 급증했다.
황주호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지난해말 미국 우드맥킨지의 한·중·일 3국 탄소중립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목표 달성에 약 1조4천억 달러가 필요하고 전기요금은 대략 60%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원전 상황이 악화되자 최근 한수원의 수장인 정재훈 사장뿐 아니라 노조까지 탈원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임종석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고교선배로 친여인사인 정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전 패쇄 정책이 유지되면 탄소 중립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현 정부 탈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수원 노조 역시 "탈원전 문제는 국민과 국가의 중대한 문제"라며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이미 3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시급한 원전 생태계 복구
엉망이 된 국내 원전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한수원의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1기의 전기 생산량은 타 원전의 3배인 1천400만KW에 달해, 저비용 저인력으로 향후 수십 년간 많은 양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면서 수반되는 원자로 부품 등의 생산과 발전시설 정비 과정을 통해 붕괴돼 가는 원전 생태계를 회생시킬 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의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원전의 수명 연장이다.
월성 2·3·4호기의 경우 수명이 40년으로 각각 2026년, 2028년, 2029년에 운행이 정지된다. 하지만 최근 원전의 수명은 평균 60년, 최대 80년까지 연장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만약 석탄발전이 중단되더라도 신한울 3.4호기 완공과 원전수명 연장이 이뤄질 경우 전력 감소량의 상당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한수원의 고용도 안정된다.
현재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돼 2030년까지 원전 10호기가 정지될 경우 한수원은 기술자 3천명을 감축해야 한다.
또 당장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2022·2023년 UAE 해외파견 공사에서 복귀하는 직원 2천명이 근무할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셋째는 원전 생태계 복구다.
탈원전 이후 원자로 등 시설물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의 가동률은 10%대로 떨어졌고 1천여명이 명퇴했다. 또 2천400명이 순환휴직 중이고 공적자금 3조6천억원이 투입됐다.
최근 원자력 산업의 신규 계약은 무려 60%나 급감했고 중소업체는 경영 악화로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사실상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붕괴 직전인 것이다.
미국이 지난 30년간 원전을 건설 하지 않다가 생산설비 부문이 낙후되면서, 원전 생태계의 한 축이 붕괴된 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넷째는 원전 수출력 경쟁력 강화다.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5천억~7천400억 달러(570조~840조원)인데 향후 건설이 계획 중인 원전이 무려 110기에 달한다.
한수원의 동시 해외원전공사 능력은 4-6기 수준이지만 원전의 세계 건설 시장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노희철 한수원 노조위원장
노희철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원전보다 더 좋은 에너지가 있다면 우리 노조부터 그 에너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대체재로 거론되는 태양광과 풍력은 연간 2개월간 지속되는 장마 때 햇볕도, 바람도 없는 간헐성 문제 때문에 효율성 있는 대체 에너지가 아닙니다."
그는 "전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인권문제에 준한다"며 "그러나 현 정권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모양새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추구하는 유럽식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노동 전환과 고용보장이 무시된 비유럽식이라는 것.
탄소중립위원회와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양대 노총 부위원장들이 들어가 활동 중이지만 전기 비전문가라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청와대에 상당수 근무 중인 환경·탈원전 운동가들이 원전에 대한 일방적인 의견만 대통령에게 전달, 상황이 악화된 듯하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정치는 타협과 절충인데 현 정권은 대립만 부추기고 있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는 탈원전이라면 정권이 바뀔 경우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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