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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인간은 친화력을 무기삼아 혹독한 진화에서 살아남았다. 매일신문 DB
인간은 친화력을 무기삼아 혹독한 진화에서 살아남았다. 매일신문 DB

진화는 따뜻하고 포근한 개념이 아니다. 진화에서는 무슨 수를 쓰든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기는 사람이 승자다. 따라서 과정 자체가 무자비하기 일쑤인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사랑스러움과 잔인함,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은 모두 인간이 생각해낸 개념일 뿐,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화는 도덕에 관심이 전혀 없다.

약 600만 년 전 우리 조상은 울창한 열대 우림에서 동아프리카의 광활한 사바나로 이주했다. 이 사건은 인류 진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광활한 초원에서의 삶은 개인주의적 생활에서 협력적인 생활로의 전환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호 의존 덕분에 '사회 지능'이 탄생해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지구에서 인류의 지위를 영원히 바꿔놓은 진화도 이루지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친화력'이 있었다.

책은 이처럼 진화과학을 인류학, 생물학, 역사, 심리학과 함께 다양한 예시를 곁들여 살펴보고 있다. 인류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라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호(친화력)는 머릿속 생각을 남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이지 않을까.

인간 한 명을 벌거벗긴 채 거친 숲에 뚝 떨어뜨리면 곧장 짐승의 밥이 되고 만다. 하지만 100명을 벌거벗긴 채 숲에 두면 그 불운한 산림 지대에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가 등장한 셈이 된다. 바로 사회관계를 통해 집단과 연결을 유지할 여러 방법인 공감능력과 친화력을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너그러운 사람들은 인색하거나 타산적인 사람보다 더 평판이 좋은 것도 진화가 이런 압력을 행사한 결과이다.

친화력이 높은 사람은 면역력도 높다. 모로코 산악지대에 사는 야생 원숭이의 배설물을 확인했더니, 동료들과 우호 관계가 끈끈할수록 추운 날씨나 다른 원숭이의 공격에 스트레스 반응이 적게 일어났다. 즉 배설물에 포함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적었다는 것. 원숭이든 인간이든 우정과 사회적 지지가 중요하며, 만족스런 사회관계는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즈음에서 한 가지 행복한 삶을 위한 팁을 구하자면, 진화가 제시하는 행복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당신의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걸 잊지 않으면 될 것이다.

우리의 협력 본성은 뇌가 놀랍도록 진화할 틀을 마련했고, 사회성은 개개인을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38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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