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의료 CEO] <1>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대구시 중소기업대상 겹경사
지난해 코로나19에도 100명 고용, 매출 10% 성장
“치과의사와 기업인 병행, 현장감 유지하며 디테일에 신경”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채원영 기자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채원영 기자

의료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인간 수명은 길어지고 질병은 복잡다단해지면서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의료산업 발전을 이끈다. 특히 부가가치가 큰 첨단의료기술은 미래 의료산업화 구현의 핵심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72개사, 4천727명에 불과하던 대구경북 의료 관련 기업·종사자는 지난해 각각 1천450개사, 1만1천40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첨단의료 분야는 지나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훨씬 길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에서 각자의 비전과 무기로 정진하고 있는 첨단의료기업 CEO를 만나 성과와 고민을 듣는다.

첫 번째 주자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선정과 대구시 중소기업대상 수상으로 겹경사를 누린 메가젠임플란트 박광범 대표다.

-큰 상을 연속해서 받았는데 수상 요인을 분석한다면?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체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고, 우수한 표면처리 기술로 중소기업대상을 받았다.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자사는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임플란트 표면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임플란트에 불순물이 있으면 뼈와 결합이 어려워 치료를 방해한다. 가장 독창적인 표면처리 기술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대구시 중소기업대상은 예상을 못 했다고?

▶기사가 나간 뒤에야 여러 지인의 축하 연락을 받고 알게 됐다. 대구시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내 기업 중에서 선정한 것인데 대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 아무래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고용이 늘어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짐작한다.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도 약 100명을 고용했다. 지난해 초 320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500명을 넘었다. 사실은 코로나가 작년 연말이면 끝날 줄 알고 원래 계획대로 채용한 것이다. 장비도 필요한 것을 모두 사들였다. 다른 기업이 감봉하고 인원을 줄일 때 투자를 늘렸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하며 좋은 결과를 냈다.

-치과의사 출신 기업인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치과 진료를 본다. 평일에는 회사 일을 하고, 토요일에는 직접 개원해 공동원장으로 있는 미르치과병원에 나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동안 치과 진료를 안 했다. 현장 경험이 사라지니 소위 '손맛'이 안 느껴졌다. 더 완벽한 디테일을 담은 임플란트를 개발하려면 현장감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 진료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출장이 줄어든 원인도 있다.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채원영 기자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채원영 기자

-치과의사를 하다가 임플란트 회사를 차린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인에게 맞는 이상적인 임플란트를 만들고 싶었다. 1992년부터 스승과 함께 '치예원'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강한 임플란트 스터디그룹 활동을 했다. 이 무렵만 해도 국산 임플란트는 5%밖에 안 됐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산이었다. 짓이기는 저작작용이 많은 한국인의 치아에는 외국산 임플란트가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02년 메가젠임플란트를 설립했다. 내년 1월이면 20주년을 맞는다.

-망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고?

▶숱한 위기를 겪었다. 인허가를 받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지금은 6개월에서 1년으로 많이 단축됐지만, 과거에는 제품 하나를 인허가받는데 2년 반씩 걸렸다. 수입은 없고 지출은 많으니 결제대금을 못 맞췄다. 결제 한 달 전에 인허가가 나는 등 여러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최근 메가젠임플란트의 역점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임플란트 치료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환자의 상태를 미리 다 계획하고 치료의 끝을 예측하면서 시술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엑스레이와 CT, 스캐너, 프린팅까지 파트별 장비를 모두 하나의 플랫폼 안에 연결해야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가 빠르고 편안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로 공장을 옮긴 지 3년이 지났다.

▶2018년 경산에서 성서 5차로 옮겼다. 옮겨올 때 규모를 6.5배쯤 크게 지었는데 공간이 이미 다 찬 상태다. 지금보다 4, 5배 큰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개발 강화 필요성도 느껴 수성알파시티에는 연구소를 짓고 있다.

-대구 의료산업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과거보다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자사가 현재 규모와 성과로 이 정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역설적으로 전체 산업의 성장이 더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 의료산업이 확실하게 성장하려면 향후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의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관광도 중요하다. 서울로 몰리는 의료관광 수요를 대구로 끌고 오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인 레벨의 의료시설, 그리고 의료와 관광이 연계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메가젠임플란트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장비를 사업영역으로 삼아 반경을 넓히려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1등 임플란트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