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쉼터 찾는 이주민 자녀들, 아동심리치료 급한데…

폭력 피해 엄마 따라 아이도 입소…도움 받을 기관과 예산 한계
정서 불안 상태로 오는 경우 많아…맞춤형 지원 상담 체계 마련 필요
상담 비용도 부담, 정서 치료 바우처 있지만 가해자 있는 거주지 가기 힘들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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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피해 8살 딸과 함께 대구의 한 여성 쉼터에 입소한 A(36) 씨는 딸의 심리치료 때문에 걱정이 크다. 딸 역시 폭력 장면을 많이 봐오고 방치된 탓에 행동이 거칠어졌다. 학교에도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딸로 쉼터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찾았지만 심리 치료에 비용이 만만찮아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겨우 쉼터의 도움을 받아 비용을 깎아 어렵게 치료를 받고 있지만 딸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어가는 통장에 A씨는 심리치료를 그만둬야 하는지 매일 불안 속에 산다.

최근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 피해 이주민 여성이 잠시 거주하는 여성 쉼터에 함께 입소하는 자녀가 늘어나면서 심리 상담 등 아동을 위한 도움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과 복잡한 행정절차 등의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탓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구시에는 가정폭력, 성폭력, 이주여성 등 여성폭력 관련 쉼터가 총 10개소 있다. 각 쉼터는 매년 국‧시비 2~3억원을 지원받으며 여성 및 아동 보호와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재진출을 위해 돕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쉼터에 피해 여성과 함께 들어오는 자녀가 많아지면서 아동을 위한 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급증했다. 대구의 한 쉼터 관계자는 "현재 우리 쉼터의 정원 중 여성보다 아동 수가 더 많다. 50명의 여성이 입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35~40명의 여성이 자녀와 함께 온다고 보면 된다"며 "입소하는 아동 중에는 폭력에 장시간 노출돼 심리나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로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쉼터는 자체 심리 프로그램 운영이나 및 인근 건강가정다문화센터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 복지기관 연계를 통해 아동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기관이 한정적인 데다 기관에서도 자체 내담자를 위한 상담도 함께 진행되다보니 쉼터 아동을 집중해서 돌봐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 고학년의 학생들의 경우 상담을 거부기도 해 쉼터 관계자가 아동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치료 등 전문적인 상담체계가 더 절실해지는 이유다.

1년에 60만원이 드는 상담비용도 부담이 된다. 아동 심리 치료를 위한 바우처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바우처가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신청을 해야 하는 탓에 폭력을 피해 타 시도에 온 여성들이 다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익명을 요청한 여성 쉼터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어머니가 생계전선에도 뛰어들어야하는 만큼 세심한 돌봄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쉼터에서만이라도 충분한 치료를 받고 사회에 나가야한다"며 "아동 나이, 성별에 따른 맞춤형 지원 상담 체계가 필요하고 아동 심리 치유를 위한 협력 기관 확대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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