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74>여성 골퍼에 대한 편향적 시각

일관성 없는 '레드티'…여성 무시하는 성차별

여성 골퍼의 레드티는 일정한 기준이 없이 골프장 로컬 룰에 따라 설치돼 일관성을 잃고 있다.
여성 골퍼의 레드티는 일정한 기준이 없이 골프장 로컬 룰에 따라 설치돼 일관성을 잃고 있다.

"골프는 못 해도 옷만 잘 차려입으면 된다. 임팩트 없이 비거리가 나지 않아도 스윙 폼만 좋으면 그만이지."

남성 골퍼의 입장에서 여성 골퍼들을 향한 반페미니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다. 여성 골퍼들을 지극히 상품화하는 일부 남성 골퍼뿐만 아니라 갓 입문한 남성 골퍼들도 주저 없이 이 같은 말을 손쉽게 쏟아놓곤 한다.

여성을 꽃이라고 칭하던 지난 케케묵은 시절의 남근주의 보수적 발언이 아직도 스포츠 종목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설마 하고 의문을 지녔다. 그러나 필자가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을 만나고 듣고 봤던 경험을 비춰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다. 봉건시대의 잔재인 이러한 발상이 가능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골프의 난이성이 첫 번째 이유라는 점을 발견했다. 남녀의 동등함이 애초부터 무리라고 판단한 골프업계에서 여성 우대 티를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앞당겨 놓은 것도 한몫거든 셈이다. 여성 전용인 레드티는 일반 스포츠 종목에서 좀체 발견할 수 없는 남녀 구별을 확연하게 금 그은 경기방식이다. 가령 여자축구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장의 크기를 줄여 경기하는 룰은 존재하지 않는다. 테니스, 수영, 농구 등 모든 스포츠 구장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은 채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골프장은 여성우대라는 이유로 그들의 의견이나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임의로 레드티의 비거리를 책정해 설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비거리가 짧을수록 진행이 원활하다는 골프장의 속내를 감춘 채 핸디캡 적용이라는 명분을 세우는 것이 명백하다는 게 골프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부 여성골퍼들도 이처럼 무작정 앞으로 당겨진 티샷 공간의 골프장을 단지 스코어가 개선된다는 이유로 선호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는 인간의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는 어려움이 존재할 때 비로소 경기의 진정한 묘미를 터득할 수 있다. 불평등한 남녀 경기 룰에서 핸디캡을 적용한 레드티는 비거리 대비 일률적으로 몇십 %를 확정해 산정하는 룰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의로 골프장 측의 편리성에 맞춰 그린 쪽으로 무작정 당겨 놓은 것은 여성 경기력을 무시하는 남성의 편향적 시각이라는 우려스러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골프장은 애초 조성한 레드티를 무시하고 페어웨이에 티샷 지점을 앞당겨 설치해 여성 골퍼들의 불만을 자초하기도 했다. 모든 스포츠의 경기력은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게 하는 신체적 능력의 차별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경기력이 부족할 경우 처절한 인내와 노력으로 이를 만회하는 시간 투여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인내력이 마침내 자신의 기량 향상이나 경기력 회복의 밑거름이 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 경기력을 획득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으로 극복돼야 할 절대 비거리가 그린에 가까이 옮겨 놓아 스코어가 개선되는 사실은 엄밀하게 따져 요행을 바라는 심리적 발동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운은 존재하지만 한순간에 그치는 행운일 뿐이며 실력에 감초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여성 우대는 얕잡아 보거나 과소평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숨은 진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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