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표만 된다면 공약도 정책도 뒤집는 이재명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토보유세와 관련, "분명히 말하면 국민에게 부담되는 정책은 합의 없이 할 수 없다"며 "국민 합의 없이 진행하면 정권을 내놔야 한다. 일방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국토보유세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 후보는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랬던 이 후보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은 국토보유세 반대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국토보유세 신설에 절반 이상의 국민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물론 국민을 1대 9로 나눠 갈라치기하는 이 후보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정책과 공약을 뒤집는 이 후보의 여반장(如反掌) 행보는 더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을 압도하자 철회했고 청년 기본소득,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말 바꾸기 논란을 일으켰다. '이재명은 합니다'를 빗대 '이재명은 철회합니다'란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실용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강성 이미지 대신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로 포장해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노림수다. 파급력이 큰 사안을 던져 놓고 여론을 살핀 뒤 철회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준비가 덜 된 공약을 내놓고서 여론에 밀리니까 국민 동의를 얻는 것처럼 둘러대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이 되면 공약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 등 이 후보가 철회했거나 포기를 시사한 공약들은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들이다. 표를 얻으려고 포퓰리즘에 경도된 공약들을 내놓다 보니 철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포퓰리즘을 버리고 심도 있는 숙고 과정을 거쳐 공약들을 내놓아야 공약을 거둬들이는 일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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