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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장애인 가정 돌봄 고충 심화…인력·지원책 부실해

고립된 시간 길어지며 범죄 벌어지는 경우도

지난달 23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 부재를 규탄하고 조속한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23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 부재를 규탄하고 조속한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일신문 DB

지난 3월 19일 오전12시 30분쯤 대구 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던 남성 A(50) 씨가 난동을 피우자 함께 있던 사촌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찰관의 얼굴 양쪽을 두 차례 때렸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년 넘게 조현병 치료를 받은 A씨는 당시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입원이 늦어졌고, 처방받은 약이 모두 떨어져 이틀간 약을 복용하지 못한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법원은 A씨에게 "외부인이 집으로 들어오는 데 불안감을 느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치료를 꾸준히 받겠다고 다짐하는 점을 종합했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장애인 가정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 가족을 둔 가정에서는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행 중이지만, 장애인 및 보호자 확진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인력 배치는 여전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의료 체계에 장애인 가정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8일 대구 동구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20~30대 발달장애인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면서 비확진자인 어머니가 동반 입소했고, 결국 4일 뒤 보호자마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른 1명은 의료 기관, 생활치료센터에서의 대처가 어려워 재택 치료를 하던 중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허미연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보호자들이 자신을 돌보면서 동시에 자녀의 감염을 걱정하는 상황이라 장애인 확진자의 재택 치료, 재택 대기 시 지원책 마련 등 의료 체계 안에서 장애인 가정에 대한 역할 분담을 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장애인 시설 종사자들은 중증도에 따라 장애인 시설 통제 정도를 달리해야 하지만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일괄적으로 통제되는 상황 때문에 재활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은 스스로가 고위험군이란 생각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사회 활동을 꺼리게 될 우려가 있다.

지역 한 정신재활시설 관계자는 "정신 질환은 상당수 사례 관리만 잘 되면 자립을 유지하고, 재발을 막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제때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지만 코로나가 터지면 종사자들을 묶어서 코호트 조치를 하겠다는 등 개인들에 대한 통제만이 대책으로 나오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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