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준석 '잠수' 탄 사이…이재명 35.5%-윤석열 34.6%

수치로 드러난 국힘 위기…내분 장기화에 尹 지지율 하락
해법도 중재자도 찾기 힘들어…국면 길어질수록 보수층 환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대표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대표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패싱' 논란 끝에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업무를 '보이콧' 하는 초유의 돌발 행동을 벌이는 등 국민의힘이 본선 시작부터 '집안싸움'에 골몰,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2일 윤석열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가 함께하는 선대위·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선대위·최고위는 매주 월·목요일 두 차례 진행한다.

당 대표이자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가 '장외 투쟁'을 이어가면서 예정된 회의에 불참하게 되자 아예 해당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대표는 전날 전남 여수에서 출발해 배편으로 이날 오전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4·3 희생자 유족회 관계자들과 만나 지역 행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대표가 밖으로 돌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20대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골든크로스(역전)를 이룬 결과마저 나왔다.

채널A가 여론조사 회사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유권자 1천8명을 대상으로 '내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응답자의 35.5%가 이 후보를 선택했다. 윤 후보는 34.6%로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당 대표가 전례 없는 내분 양상을 장기간 보이면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회사의 분석이다.

하지만 해법도, 중재자도 찾기 힘든 양상이다. 당장 이날도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측이 가시 돋친 말로 상대를 자극했다.

장예찬 전 윤석열 캠프 청년특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번 한 번만 형의 정치에서 주인공 자리를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느냐"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형이 자존심을 꺾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취중 페이스북으로 폭탄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을 오가는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날 전남 순천에서 이 대표를 만난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지금 무언의 요구를 하고 있는 거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천 위원장은 또 "(이 대표는) 자기가 생각했을 때 최소한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대표와 후보, 당 전체가 같이 잘 해나갈 수 있을 어떤 조건들이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후보 측의 '사과와 양보' 없이는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윤 후보와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공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명은 당 대표이고, 다른 쪽은 당의 대선후보인데 누구 한 명 손을 들어줄 수 없어 어렵다"면서도 "국면이 길어질수록 보수야권 지지층에게 보수정당의 수권 능력에 의문만 키우기에 모양새 좋게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무기한 당무 거부를 선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재선의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기한 당무 거부를 선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재선의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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