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병대 항공대 훈련까지 더해진 포항 수성사격장 갈등

항공단 헬기 20대 추가 도입…미사일 사격훈련 장소 거론
‘시끄러운 훈련 갈등 한 곳으로 모으려는 수작’ 주민들 반발
해병대 측 "구체적 계획 없어"

지난 1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해병대 항공단' 창설식에서 해병대 원로들을 태운 마린온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1973년 해군에 통합됐던 해병대 항공단이 48년 만에 부활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1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해병대 항공단' 창설식에서 해병대 원로들을 태운 마린온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1973년 해군에 통합됐던 해병대 항공단이 48년 만에 부활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으로 촉발된 포항 수성사격장(남구 장기면 수성리) 민·군 갈등에 해병대 항공단 훈련까지 더해질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초 주민간담회에서 "수성사격장 문제와 해병대 항공단 창설은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던 해병대의 기존 주장과 배치돼 파장이 예상된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1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해병대 항공단 창설식을 열었다.

항공단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30여 대를 우선 운영하고 향후 공격 헬기 20여 대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상륙기동헬기에는 K-10 등 기본적인 방어 무기만 탑재되지만, 앞으로 도입될 공격 헬기에는 지대공 미사일 등 타격 무기가 대거 보강될 예정이다.

이들 무기의 훈련 장소는 현재 해병대 1사단의 주 훈련장으로 쓰이는 포항시 남구 수성사격장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해군과의 통합으로 한번 사라졌던 해병대 항공단은 지난 2014년 해병대 항공병과가 다시 설치되고, 2019년 말 해병대 1사단 예하 제1항공대대를 창설하면서 마무리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단 창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민·군 갈등이 막 시작된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성사격장 갈등은 지난 2019년 2월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이 갑작스레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변경되면서 촉발됐다.

당시 주민들은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의 장소 변경에 대해 "주한미군 헬기 훈련과 더불어 해병대의 신설 항공단의 훈련장소로 쓰기 위해 수성사격장을 밀어붙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런 주민들의 의혹에 대해 해병대 측은 지난 2월 열린 수성사격장 주민간담회에서 "항공단에 관한 향후 일정은 주민들의 이야기와 달리 현재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이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 기사들 역시 모두 '가짜뉴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지난달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가운데 아파치헬기가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가운데 아파치헬기가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항공단의 사격 훈련은 해상과 육상에서 실시해야 하지만, 현재 수성사격장에 대한 주한미군 아파치 사격훈련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육상 훈련은 보류된 상태다.

이번 항공단 창설에 맞춰 한미 해병대가 '항공 멘토 프로그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점을 감안하면 양 군 간의 훈련 공조도 이뤄질 전망이다.

포항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포천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아파치 사격훈련을 포항에 옮겨 왔을 때부터 예고된 시나리오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갈등상황을 포항에다 쓰레기처럼 내다 버린 것"이라며 "군사구역을 확장해 장기면 수성리 전체를 군 훈련 전용지역으로 바꿀려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아직 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주민과의 협의가 어떻게 결론나는 지에 따라 훈련 일정도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