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흥시설 "새벽장사 또 못하나"…2단계 유보 분통

업주들 "위드 코로나 2단계 전환만 보면서 희망가졌는데"
밤 10시 넘어야 손님들 오는데…자정에 문 닫으면 영업 하나마나
당국 “유흥시설 운영이 죄가 아니다, 2단계 유보 재검토 필요”

국내에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가운데, 수도권에서 승차한 승객을 태운 KTX가 2일 오전 동대구역 '부산행 방면 승강장'에 도착해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내에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가운데, 수도권에서 승차한 승객을 태운 KTX가 2일 오전 동대구역 '부산행 방면 승강장'에 도착해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A(29) 씨는 사흘 전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2단계 전환 유보' 소식을 듣고 좌절감을 느꼈다. 1단계에서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새벽 장사를 못했는데, 밤샘 영업이 가능한 2단계로 전환되면 매출이 증가할 거란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단계 연장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클럽 특성상 밤 10시 이후 손님이 오기 때문에 새벽에 문을 열지 못하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새벽 시간대에 인근 술집들에 손님들이 붐비는 걸 보고 머지않아 '우리 클럽도 조만간 저렇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는데, 2단계 전환이 불가하다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2단계로의 전환을 유보하면서 유흥시설 종사자들이 생계의 어려움에 놓였다. 2단계가 되면 자정 이후로도 영업이 가능한데, 전환이 유보되면서 영업의 어려움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고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 한 달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등 방역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한 데에 따른 판단이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지 않고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유지되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반응이었지만 클럽,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 업주와 종사자들은 자정에 문을 닫는 영업시간 제한이 유지되면서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당초 정부는 유흥시설에 대해 위드 코로나 4주 시행 이후 2주간 평가를 거쳐 이달 13일부터 2단계 전환을 통해 영업시간이 해제될 예정이었으나 특별방역대책으로 자정 이후 영업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특별방역대책 기간이 끝나더라도 2단계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방역상황이 악화하면 이번처럼 강도 높은 지침이 계속 연장될 수 있어서다.

클럽 운영자 B(36) 씨는 "유흥업이라는 이유로 매번 강도 높은 지침이 적용되면서 1년 가까이 새벽 장사를 못 하다 보니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면서 "직원들은 대리운전같은 아르바이트까지 뛰며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현행 위드 코로나 이행계획에서 영업시간 제한이 가장 강도 높은 지침으로 구분되는데, 유독 유흥시설에만 적용돼 장사에 어려움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삶이 어려워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업주들이 있는데 이는 과도한 지침을 적용한 정부 책임"이라며 "유흥업계가 맞닥뜨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2단계 전환 유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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