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또 부실대응?…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초기 대응 논란

출동 경찰, 베란다 있던 피해자 못 찾아…진정 한달 후 늑장 조사
경남도교육청도 사건 한달 만에 '보복행위 금지' 조치…처벌도 솜방망이 그쳐

JTBC 보도화면 캡처
JTBC 보도화면 캡처

경남 양산에서 외국 국적 여중생을 또래 학생들이 집단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과 경남도교육청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집에 숨어 있던 피해 학생을 찾지 못해 화를 키웠고, 도교육청은 가해 학생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자정쯤 양산시 모처에서 외국 국적 여중생이 또래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지인으로, 가출한 피해 학생과 함께 지내던 중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속옷 차림인 채로 손발을 묶고 뺨을 때리는 등 2, 3시간 폭행하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초 신고를 받은 7월 1일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 학생도 제때 발견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7월 1일 양산 모처에 가출 학생들이 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이곳엔 피해 학생과 집주인 딸이 있었다. 경찰은 피해 학생에 대한 가출 신고도 없었다는 이유로 간단한 확인을 거친 뒤 철수했다.

다음날인 2일 오후 6시 30분쯤엔 피해 학생의 이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한 뒤 범행 장소로 직접 들어갔다. 피해 학생은 이모에게 들키기 싫어 베란다 세탁기 옆에 숨었다. 이모는 가해 학생들을 훈계하던 중 학생들이 욕을 하자 흥분해 뺨을 때렸다. 이에 가해 학생들이 경찰에 '폭행' 신고를 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집에 있던 피해 학생을 찾고자 안방, 화장실을 뒤져봤으나 베란다 세탁기 옆에 있던 피해 학생을 보지 못한 채 철수했다. 경찰은 단순 실종 신고만 받았고, 수색영장 등 강제로 수사할 권한이 없었다 보니 현장을 꼼꼼히 살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피해 학생 이모가 같은 날 오후 10시 10분쯤 경찰에 "피해 학생의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때는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 최종 신호지인 기지국이 사건 현장에서 10㎞ 떨어진 곳으로 나타나면서 이때 역시 찾지 못했다.

이 사이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술을 마시다 자정부터 본격적으로 폭행당했다. 피해 학생이 평소 버릇없이 굴었고, 그 이모가 자신들 뺨을 때려 감정이 격해졌다는 이유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발설할 시 이모에게 뺨을 맞은 합의금 1천500만원을 요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이 사건 다음날인 4일 가까운 지구대에 진정서를 제출한 지 한 달 여 만인 8월 13일에야 사건을 조사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 진술을 받으려 계속 출석 요구를 했으나 오지 않았고, 강제 소환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도 그보다 일주일이나 늦은 8월 20일에 열렸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이 등교한 7월 12일 사안을 인지하고 이틀 뒤인 14일 도교육청과 양산교육지원청에 보고했다. 학교 측은 자체 종결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 양산교육지청에 학폭 심의위를 요청했다.

학폭 심의위에서 양산교육지청은 가해 학생들에 대해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사회봉사 8시간, 학생 특별교육 6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등 징계를 했다. 심의위 당시 폭행 영상이 드러나지 않아 징계 수위가 약했고, 피해 학생이 심의위에 불참해 구체적 피해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자신이 진술을 거부하고 심의위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도교육청에 따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로부터 협박을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

심의위가 가해 학생들에게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를 조치하기까지 한 달의 공백이 생기면서 피해 학생은 여전히 불안 속에 있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들이 다른 학교이기 때문에 사전에 분리 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남도교육청은 학교 다문화 이해 교육 실시 요청, 관계 회복지원단 지원, 다문화 학생 상담 등을 통한 관리, 대안 프로그램 운영 등 학교생활 적응력 향상 방안 모색 등 후속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중학생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다른 2명은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어서 울산지법 소년부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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