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준석 '판 흔들기' 성공했는데…출구전략 있나?

국힘 내홍 정치적 책임론 대두…신진세력과 구주류 충돌 양상
대선 앞 당·尹·李 모두에 악재…"대화·타협의 리더십 발휘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 앞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 앞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당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를 둘러싼 '패싱' 논란으로 '장외 투쟁'을 벌이면서 당내 상황이 벌집을 들쑤신 듯한 모양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잠적인 듯 잠적 아닌' 행보를 펼치면서 일단 '판 흔들기'에는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론 당에도 악영향을 미쳐 스스로 정치 생명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는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제주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와 만난 뒤에 후보와 상의해서 결정했던 일이 전혀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나중에 뒤집히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자신과 윤 후보 사이에 빚어진 갈등이 전적으로 윤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굉장히 큰 문제인 게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어도 아무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을 직격했다.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양측 갈등이 선대위 인선이나 일정 등으로 폭발한 것이 아닌, 이른바 '패싱'을 명분으로 이 대표를 필두로 한 보수정당 내 신진세력과 구주류의 충돌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올해 6월 당권을 쥐며 '세대교체' '청년 정치' '정치 개혁'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에 반해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지만 이번 선대위 인선에서 본부장급에 중진 의원 등 '익숙한 얼굴'을 배치하면서 '구체제'의 상징이 되면서 불씨가 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신진 세력은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 등에 쏟아져 나가야 하는데 윤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과거로 회귀할 것 같은 상황이 빚어지니 여지껏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선대위는 대폭발의 발화점이 됐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적전 분열과 자중지란이 길어질수록 국민의힘과 윤 후보, 이 대표 모두에게 '마이너스'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옥새 파동'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옥새 파동은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 공천에 반발, 공천안에 당 대표 직인을 찍지 않고 부산으로 가버린 사건으로, 후일 이것이 빌미가 돼 김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멍에를 함께 뒤집어썼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정치인에게는 '칩거'나 '잠행'도 메시지"라면서 "이 대표가 밖으로 다니면서 확실히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전략적으로 판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했다. 이어 "다만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데 매몰돼 그 시간이 길어지면 정치적 책임도 오롯이 이 대표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도 "이 대표가 정치 경력이 10년이 넘었지만 권한을 가진 적은 없었다. 처음으로 권한 있는 자리에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인상을 대중에게 줄 경우 정치적으로 손해"라면서 "윤 후보와 만나고, 이해 충돌하는 부분을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령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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