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재명, ‘비천한 집안’ 내세워 논란 빚은 행적 합리화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 주변을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군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제 출신이 비천한 건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스토킹 살인을 한 조카에 대한 '심신미약' 변호, 형수에 대한 욕설 등 비난을 받고 있는 자신의 행적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로 들린다.

이 후보가 이날 공개한 가족사로 미뤄 이 후보는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뜻으로 '비천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비천한 집안이라 더러운 게 많다'는 이 후보의 말은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안에 대한 모독이다.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더러운 게' 없는 집안은 널렸다.

"제 출신이 비천한 건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 달라"는 말은 더욱 어이없다. 지지층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야당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 후보 집안을 비난한 적이 없다. 형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한 행위, 옛 여자 친구와 어머니를 흉기로 각각 19번, 18번을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범을 '심신미약'으로 변호한 행위 등 평균적 윤리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후보 개인의 행적을 비판했을 뿐이다. 출신 집안을 나무란 게 아니라 이 후보 개인의 행위를 지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자신의 비상식적 행위에 대한 비판을 마치 가족에 대한 비판인 양 호도한다.

이 후보 말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천(卑賤·지위나 신분이 낮고 천하다)한 집안 출신은 인격과 행동이 비천(鄙淺·천박하고 상스럽다)하다는 것으로, '생물학적 연좌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비천한 집안' 출신이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사회적 성공과 훌륭한 인품을 동시에 성취한 개인은 많다. 집안이 비천(卑賤)하다고 그 집안 사람이 비천(鄙淺)한 것은 아니다. 비천(鄙淺)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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