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는 무엇을 숨기려 공무원 北 피살 경위 공개 거부하나

지난해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유가족들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나 공개 당사자인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모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이 어떤 경위로 그렇게 끔찍하게 살해됐는지를 밝히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문재인 정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 국방부는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이 씨가 "자진 월북할 이유가 없고 사망 경위 역시 불확실하다"며 줄곧 진상 규명과 자료 공개를 요구해 왔다. 사건 다음 달인 지난해 10월에는 이 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대통령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빈말이었다. 유족들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방부, 해경을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유족들은 올 1월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2일 청와대에 대해 국방부·해수부 등에서 받은 보고 내용과 각 부처에 지시한 내용을, 해경에 대해 이 씨가 탑승했던 '무궁화 10호' 직원 9명의 진술 조서와 초동 수사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무엇인가 숨기려는 저의가 있다는 의심을 부추기는 시간 끌기다. 유족이 "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이러느냐"고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청와대의 항소는 문 대통령이 이 씨 아들에게 한 약속은 물론 지난 2017년 국민 전체를 상대한 약속까지 어기는 짓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환경부가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 공개 여부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보고를 받고 "패소 판결에 대한 정부 항소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항소는 그게 립서비스였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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