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아동복 시장의 규모는 커져가고 있다. 한 자녀만 키우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고가의 아동 의류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올해 12월 5일까지의 아동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6% 늘었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올해 1학기 때부터 전면 등교가 실시된 탓에 지난 3월엔 매출이 228.4% 급증했다.
부모들이 성인용 옷을 축소한 느낌을 주는 '미니미룩'을 주로 찾는다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0·40대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의 아동 버전인 헤지스키즈와 베네통키즈가 각각 98.9%, 39.2% 증가했다.
한 백화점 직원은 "20년 전엔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아동복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켜 봤다는 의미"라며 "최근엔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가 되면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아이들에게 입힌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져감에도 백화점 업계는 아동복 브랜드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통상 아동 섹션은 스포츠 등 다른 섹션과 같은 층을 공유하지만,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9층 전체를 아동·유아 섹션으로 구성했다. MZ세대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휠라키즈·내셔널지오그래픽키즈·네파키즈·블랙야크키즈 등 20개 아동복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프리미엄 아동 의류도 잘 팔리는 것도 특징이다. 명품 아동 브랜드인 버버리칠드런의 경우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올들어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9% 신장했다. 사이즈가 작은 아동 의류 특성상 성인복에 비해 원재료가 덜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뒤처지는 건 아니다.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베이지 체크무늬를 띤 아동 패딩은 8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억눌린 해외여행 등 수요가 명품 소비로 대체된 연장선상에서 명품 아동복 수요가 늘었다"면서 "특히 오랜 기간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혹시나 자신감을 잃진 않을까 하는 등 부모의 걱정어린 마음이 고가 아동복 소비로 나타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가 의류를 사입히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이 자녀에게도 녹아들면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가 명품에서 중저가형 브랜드 패딩을 나눈 일종의 '계급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1년엔 10대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계급이 나뉘었다면 지금은 가격이 이보다 3~5배 높은 명품 브랜드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키우는 자녀 수가 적다보니 '한 아이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 인식이 어린 자녀에게 고급 의류를 사주는 현상을 불렀다"며 "'우리 애 기 죽을까봐' 무리해서 사주는 현상도 있는데 가치관이 형성될 시기에 부모의 이 같은 소비 선택이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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