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는 아이큐(IQ) 430에 축지법과 공중 부양이 가능하다. 고향은 지구로부터 120억 광년 떨어진 하늘궁이고 눈빛만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누구든 하루 3번 허경영을 외치면 원하는 바가 이뤄진다. 물론 본인의 주장이고 증명된 건 하나도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현재 허 후보가 '양강'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허 후보는 지난달 24일 여론조사 업체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전국 1천18명에게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대선 가상 대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5.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7.2%)에 이어 4.7%의 지지율로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제3지대 공조를 논의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3.5%)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3%)를 보란 듯이 제압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의 발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28일 폴리뉴스의 의뢰로 전국 1천10명에게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한 결과, 허 후보는 3.3%의 지지율로 3위 자리를 고수했다. 이런 기세라면 허 후보의 TV 토론회 출연도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82조 2에 따르면,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는 TV 토론회 참석이 의무다.
허경영 현상의 배경에는 누가 있을까.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의 지지 후보 3위는 허 후보(5.7%)인 반면 여성은 심상정 후보(3.9%)였다. 연령별 허 후보 지지층은 만 18세~만 20대(8.8%), 만 30대(7.0%), 만 40대(3.7%), 만 50대(3.7%) 만 60세 이상(2.5%) 순이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여성(1.8%)보다 남성(4.7%), 만 18세~만 20대(5.0%) 및 만 30대(3.5%) 지지가 두드러졌다.
허 후보를 향한 2030 남성들의 지지는 국민의힘 이준석-홍준표 돌풍과 닮은 듯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기성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가 원외 정당 대선 후보를 지지율 3위까지 끌어올렸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준석 당 대표가 당선되고, 홍준표 의원이 대선 경선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에 비춰 보면, 허 후보를 향한 지지도 실체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앞선 돌풍이 해당 후보의 당선을 위한 적극적 지지였다면, 허 후보를 향한 지지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냉소적 지지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여의도 정치권에선 허 후보의 약진을 두고 '얼마나 찍을 사람이 없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양강 선대위의 인선 잡음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는 쇄신 선대위 1호 인재로 30대 워킹맘인 조동연 씨를 영입했다. 자신의 지지 취약층인 2030세대 및 여성 표심을 겨냥한 파격적인 인사였지만, 조 씨는 이내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며 인선 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에 뒤질세라 윤석열 캠프도 여성 혐오와 독재 찬양으로 논란을 일으킨 함익병 씨를 영입했다가 내정 7시간 만에 철회했다.
바야흐로 스스로를 신이라고 부르는 한 남자의 대선 TV 토론회 데뷔가 임박하고야 말았다. 그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누가 더 못났느냐'를 두고 싸우는 대선에 축지법과 공중 부양이 더해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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