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목재가 필요하면 주술 의식을 치렀다. 한 나무를 베면 주변의 나무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식을 통해 인근 나무들을 일시적으로 잠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주민들은 나무들이 깨어나기 전에 신속하게 나무를 베어냈다. 물론, 베어지는 나무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했다. 이들의 행동은 우리 조상들이 나무를 대하던 모습과 닮아 있다. 한국인들은 나무를 베기 전에 막걸리 한잔을 따랐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한말 이후 민생이 피폐해지면서 금수강산의 나무들이 아궁이 속 땔감으로 사라졌다. 방방곡곡 산들은 민둥산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이후 대대적인 산림 녹화 사업을 벌였다. 나무를 심는 데에는 고사리손도 힘을 보탰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림 부국이 됐다. 이런 성과에는 산림청의 노고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림청이 멀쩡한 숲에서 싹쓸이 벌채를 하면서 흉물스러운 민둥산으로 변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산림청은 30년 넘은 나무들의 탄소 흡수량이 떨어진다면서 나이 든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고 있다. 2050년까지 그렇게 30억 그루를 벌채한다는데 전국 삼림 총면적의 14%나 된다.
나무 심고 가꾸는 일에 매진한다고 믿어지던 산림청이 나무 베기에 앞장서는 모습이 황당하다. 산림청은 늙은 나무의 탄소 흡수량이 떨어진다는 외국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지만, 오랜 나무일수록 탄소 흡수량이 많아진다는 논문 역시 존재한다. 게다가 숲이 홍수 및 산사태를 막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난여름 집중 호우 때 산사태,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산림청의 싹쓸이 벌채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산이 민둥산이 되면 많은 생명들도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울진에서는 산림청의 싹쓸이 벌채 이후 멸종위기종 산양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수십 년 된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수십 년 세월도 함께 날려먹는 것이다. 누구 좋자고 산림청이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탄소 중립' '산림 경영'이라는 허울 아래 숲에 대해 가하는 폭력, 당장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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