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低利)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 금융 경제 세미나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부담하고 적게 가진 사람이 적게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얘기"라며 "이게 작동 안 하는 부분이 금융"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금융 문맹'이다.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줄 때 떼일 확률을 평가한다. 이게 높으면 저신용자, 낮으면 고신용자이다. 저신용자는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높으니 금융기관은 돈을 떼일 경우를 감안해 금리를 책정한다. 고신용자는 그 반대다. 가난한 사람은 저신용자, 부자는 고신용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높은 이자를 물고 부자는 그 반대다. 이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금융의 작동 원리다.
이 후보는 이게 정의롭지 않다고 한다. 즉 '저신용자는 저금리, 고신용자는 고금리'가 정의롭다는 것이다. 이런 이재명식(式) '금융 정의'를 실현하면 어떻게 될까. 고신용자든 저신용자든 일부러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 고신용자는 저신용자가 돼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저신용자 역시 다음에는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금융의 종말이다. 가짜 저신용자든 진짜 저신용자든 저마다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고 빌린 돈을 갚지 않는데 어떤 금융기관이 남아나겠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좋은 신용도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쏟는 개인의 노력을 우습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 필연적 귀결은 인간 사회의 총제적인 윤리적 몰락이다.
저신용자가 소외되는 민간 금융업의 문제는 정책 금융이나 복지 정책으로 해결할 사안이다. 금융업 전체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절망적 무지(無知)이다. 이 후보의 얼치기 금융 강연을 들은 서울대 학생들이 속으로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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