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재확산에 '사랑의 연탄'도 식었다

연탄 봉사와 후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후원자와 금액 코로나19 전보다 절반 감소
위드 코로나에 봉사자 늘 것이라는 기대감은 물거품…변이 바이러스에 봉사 줄줄이 취소
연탄 수급 가구는 연탄 아낀다고 고생…"매년 봉사자 와서 이야기 나눴는데 적적하다"

지난달 23일 열린
지난달 23일 열린 '2021 따뜻한 중구 만들기 연탄 나눔 행사' 모습. 본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서구에서 손녀와 함께 사는 유모(84) 씨는 요즘 유난히 적적함을 느낀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탄 배달을 위해 유 씨 집을 찾아오는 봉사자가 많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발걸음이 줄었기 때문이다. 봉사자에게 음료 한 잔을 건너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유 씨의 작은 행복이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되면서 사람이 그립기만 하다. 게다가 비어가는 연탄 창고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유 씨는 "지난해부터 봉사자 발걸음이 많이 줄었다. 연탄을 가져다주는 단체에서도 후원이 많이 줄어 넉넉하게 주지 못해 미안해 한다. 겨울을 버티려면 연탄 1천 장 이상이 필요한데 올 겨울은 아껴야 한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로 연탄 봉사 움직임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듯했지만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봉사·후원 취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사와 대구 연탄 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탄 봉사와 후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사의 경우 올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연탄 봉사·후원은 모두 140팀으로 전년 동기 150팀에 조금 못 미친다. 후원금액 역시 지난해보다 1억원가량 감소했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연탄 봉사나 후원에 참여하겠다는 인원이 반 토막 났다. 많게는 350팀까지 들어온 적도 있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후원금액 역시 매년 1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억원에 그치는 등 절반이 감소했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위드 코로나로 지난해보다 봉사와 후원 손길이 더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 시작 이후 연탄 봉사 문의 전화도 늘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고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치면서 봉사활동을 예약했던 병원, 학교 단체들이 줄줄이 취소했다. 아예 후원까지 취소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봉사 기관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빵 나눔 활동' 등 음식 제조가 불가피한 봉사의 경우 아예 백신 접종 완료자만 받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봉사 인력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

대구 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 봉사자가 모자라도 연탄 업체가 바로 문 앞에까지 배달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고 있으니 후원이라도 부탁한다.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합쳐주는 일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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