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경북 의료가 지킬게요"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 회장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 회장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 회장

본인이나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흔히 '서울로 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해마다 받는 종합건강검진조차도 무조건 서울을 선호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지방에서는 며칠 내에 받을 수 있는 수술조차도 몇 달씩 초조하게 기다렸다가 기어이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걸 보면 그만큼 수도권 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5개 주요 상급종합병원 급여비가 4조2천843억원으로, 상급종합병원 급여비의 35.3%, 전체 의료기관(약국 제외)의 8.1% 규모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 데이터 하나만 보더라도 현재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지역 의료의 붕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과연 이 정도의 질환으로 꼭 수도권 대형 병원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때가 많다. 반대로 정말 수술이 급박한 환자인데 기어이 빅5 병원에서 수술받겠다며 수개월씩 기다리다 오히려 병을 더 키워 버리는 경우도 본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수도권 대형 병원과 지방의 대학·종합병원이 검사 시설이나 수술 방법에 있어서 환자들이 느끼는 것만큼의 현격한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 2021년 기준 대구경북 지역은 상급병원 5곳을 포함해 종합병원 37곳(대구 17곳·경북 20곳), 병원 184곳(대구 106곳·경북 78곳) 등 충분한 의료기관과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중증 질환(암 수술) 치료 성적 및 합병증 발생률도 수도권 병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논문까지 발표됐다.

빅5 병원을 찾아갔다가 다시 지역 병원으로 유턴하는 환자들의 사례도 심심찮게 듣는다. 아픈 몸을 이끌고 먼 길을 오가는 게 너무 힘이 든 데다, 의사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치료 기법 역시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지역 병원에 대한 정보 부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유수의 병원들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발한 홍보를 하다 보니 거리와 상관없이 익숙함과 친근감을 느낀다.

반면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료 의사들도 "중증 질환이 발견돼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경우 어디로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을 자주 한다. 이럴 때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수도권 환자 유출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차 의료 활성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의원 및 중소병원은 경증환자와 만성환자의 진료를 맡고, 상급병원은 중증질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환자 만족도, 진료 적정성, 진료 성과, 경영 효율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의사들의 태도 개선도 필요하다.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직원이나 의료진의 태도, 표정, 목소리까지도 환자의 치료나 심리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루빨리 지역 의료계가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높여 "이제 우리 지역 부모님과 가족의 건강은 대구경북 의료가 지켜드립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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