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 관계를 가로지르는 최대의 화두는 종전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당사자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직접 거론한 게 벌써 세 번째다. 이후 정부 고위 인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거의 필사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왜 종전선언에 그렇게 목매고 있으며, 종전선언은 꼭 필요한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종전선언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국제법상 전쟁을 종결시키는 가장 전형적 방법은 '평화(강화)조약 체결'이다.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우선 전투행위부터 중지시키기 위한 것이 휴전(정전)협정 서명이다. 일반적으로 휴전협정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평화조약 체결을 전제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1919년 6월 28일 베르사유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종료되었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침공을 받은 핀란드는 1940년 3월 6일 휴전협정에 서명하고, 6일 후인 3월 12일 모스크바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전쟁을 종료시켰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 정전협정은 전문에서 '평화조약 체결 시까지 적대행위와 무력행위의 완전한 종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전제하고, 제4조에서 정전협정 효력 발생 후 3개월 내에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협의하기 위한 정치회의 개최를 규정하였다. 이후 개최된 제네바 정치회의가 무위로 끝난 뒤 잠정적 성격의 정전협정이 아직 존속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법적으로' 한국은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현 상황을 '전쟁 중'이라 하는 것은 난센스다. 굳이 '전쟁 중'이라는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전쟁 종료를 위해서는 평화조약을 체결해야지, 법적 효과가 없는 '전쟁 종료 선언'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의 로드맵이나 평화협정에 담을 주요 내용을 적시할 수 있다면 그 나름의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북한 핵 문제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허구이다.
그러나, 임기 5개월도 채 남겨 놓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까지 포함한 종전선언 합의를 도출해낼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종전선언에 집착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 쇼'를 하겠다고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북한에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등 선전 공세를 펼 수 있는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 쇼 한번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로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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