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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이재명은 ‘포퓰리스트’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포퓰리즘이라고 다 나라를 망치는 것은 아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성공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선반공으로 전전하던 그의 정책은 포퓰리즘이라 공격받았다. 그렇다고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줄 생각은 그에게 추호도 없었다. 대표 정책이 '보우사 파밀리아'다. 이는 '한 가족의 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한해 정부가 현금을 보조하는 것이었다. 이마저 취학 연령 아동이 있는 경우 학교에 보내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붙였다. 포퓰리스트였지만 '표'가 아닌 '국가'와 '미래'를 위해 나랏돈을 쓴 것이다.

이는 룰라가 강도 높은 시장경제를 추구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노동자와 부유층을 갈라 치는 일도 없었다. 두 차례 8년 재임 기간 브라질은 연평균 7.5%씩 성장했다. 2천만 명이 극빈곤층에서 탈출했고, 3천만 명 이상이 중산층으로 편입했다. 브라질이 러시아 인도 중국과 더불어 브릭스(BRICs) 그룹으로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3선 요구를 받고서는 '미친 짓'이라며 일축했다. 퇴임 당시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은 87%를 찍었다. 그는 성공한 포퓰리스트였다. 그는 내년 브라질 대선에 후보로 나서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다. 그를 재소환한 것은 현 대통령의 실정과 국민적 향수다.

반면 그리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악성 포퓰리즘의 대명사다. 1981년 집권 초 그리스 국가부채비율은 GDP 대비 20%대의 우량국이었다. 하지만 파판드레우는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주라"고 했다. 빚을 내는 무상교육, 무상복지로 표를 샀다. 민간경제는 부진한데 공무원 일자리는 늘렸다. 재정 수지 통계를 감추기도 했다. 그 아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는 "(총리가 된 후) 확인해 보니 재정 적자 규모가 GDP의 6.5%가 아니라 15.7%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공짜 세상은 오래갈 수 없다. 1990년 들어 그리스 국채비율은 100%를 넘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국민 30%가 빈곤층으로 떨어졌다. 급증한 나랏빚을 숨기기 위해 GDP 통계까지 조작하다 국가 부도 상태를 맞았다. 그가 나라의 미래를 표와 바꿔 먹은 대가는 요즘 그 국민들이 혹독히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는 포퓰리스트"라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그는 "앞으로도 그냥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포퓰리즘의 달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본소득이다. 대통령 임기 내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어림잡아 5천만 명에게 100만 원씩을 지급하려면 매년 50조 원이 필요하다. 재정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기본소득토지세라며 국토보유세 신설을 들고나왔다. 그래도 반대 여론이 들끓자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데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갈라 쳤다. 급기야 삼성더러 "삼성에서 기본소득 얘기도 좀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떠넘겼다. 미래 국가 재정은 안중에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아직 45%(GDP 대비 국채비율)에 불과하다"고 천연스레 말한다. 국가가 국민 88%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이 후보가 지사로 있던 경기도만 100% 지급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더니 이내 '철회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주면 좋아한다'는 그는 분명 '포퓰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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